“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생명 유전체 짜깁기하는 건 창조질서 파괴”

입력 2021-06-23 03:02
류현모(가운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유전자 가위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 편집 기술로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2012년 개발된 후 각종 동식물의 형질 개량과 질병 치료 등에 응용되고 있다. 2018년 10월 중국에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초래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HIV 수용체에 변이를 유도한 쌍둥이가 출산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생명운동연합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생명윤리적·법률적·의학적 문제점을 살피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류현모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 교수는 ‘유전자 가위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류 교수는 “유전 질환과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무조건 반대해선 안 되지만 여러 이유로 적절히 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며 “치료가 아닌 유전자의 개선과 증진을 목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우월한 유전자를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회적 불평등이 생길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규제가 없는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신학자와 전문가 간의 이슈 공유 및 선제적 방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이슈를 신학자에게 설명하고 신학자는 성경적 대응 방안을 크리스천 과학자와 목회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목회자는 교회, 과학자는 과학계에서 기독교적 대응 방안을 세상에 전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 발표한 정소영 미국 변호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사용 범위 허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 필요함에도 아직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제정해 인간 배아나 유전자를 취급하는 데 있어 지켜야 할 생명윤리 방침을 제시했다. 생명윤리법 제47조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를 다루는 활동은 오직 난치병 치료 연구에만 제한했다. 다만 실제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난치병을 치료하더라도 이를 배아 난자 정자 태아의 유전자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그는 “한국 생명윤리법에서 정자 난자 등의 유전자 변형은 치료 목적이라 할지라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며 “그러나 연구 목적으로 인간 생식세포의 사용을 허용한 점에선 여전히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