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꼭 필요한 교회인가 아닌가. 코로나19로 대면 전도의 문이 막혀버린 시대에도 굳건하게 사역하는 작은 교회들의 공통점은 마을 목회였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채소가게와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카페를 통해 지역아동센터로 나아가며, 학교이탈 청소년을 위한 특수 사역을 감당하는 등 선교형 개척교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소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국내선교부는 개척선교정책연구위원회와 함께 22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선교형 개척교회 사례 공모전’을 열었다. 국내선교부는 지난 5월 시작된 공모전을 통해 31개 개척교회의 사례를 접수했고 서류심사를 거쳐 이 가운데 7개 교회를 선정해 이날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7개 교회 목회자들이 참석해 10분 내외로 교회론과 사역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공개 심사를 거쳐 고양 변두리교회(김혁 목사)가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김혁(51) 목사는 “교회 이름인 변두리는 주변부란 의미이며 중심부인 예루살렘이 아니라 주변부인 나사렛에서 사역을 시작한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2017년 설립된 변두리교회는 처음부터 소유가 아닌 공유의 비전을 택했다. 예배당은 고양 은혜교회와 공유하고 기독대안학교인 허브스쿨은 파주소망교회 건물을 이용한다. 김 목사 스스로 ‘청년야채가게’를 운영하며 일하는 목회를 하고 있고 변두리교회는 카페 나자르를 세워 은혜교회 등과 또다시 공유하고 있다. 김 목사는 “지역에서 작은 교회들과 연대하면 함께 이룰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광명 하늘기쁨교회(박덕기 목사)가 수상했다. 박덕기(49) 목사는 “마을 플랫폼으로 세워가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비전”이라고 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청소년 진로교육, 아이 돌봄교실, 꿈마루 작은 도서관 등을 운영하며 공간 공유를 위한 교회 개방,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한 자원봉사 조직에 힘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초등학생 돌봄 공백이 발생하자 교회는 즉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주5일 방과 후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박 목사는 “다음세대 플랫폼 사역은 교회 크기나 재정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역”이라며 “마을 속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려상의 익산 새로운교회 이혁(41) 목사는 2018년 개척 이후 수족관 교회에서 카페 교회인 ‘엘카페’를 거쳐 지역아동센터까지 설립한 여정을 설명했다. 이 목사는 “전주 신흥고 교목으로 있다가 개척했으며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목회한다”고 말했다.
역시 장려상을 받은 울산 사랑인교회 이상준(53) 목사는 유튜브 채널 5개를 동시 운영하며 전도에 힘쓰는 사역을 소개했다. 이 목사는 “웹은 기회의 바다이며 가나안 성도들은 특히 온라인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개척해 이미 자립한 사랑인교회에 더해 이 목사는 “울산 태화강변의 노숙인과 알코올중독자 성도들을 섬기며 또 다른 전도행전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방황하는 청소년을 섬기는 부천 예수마을교회(최찬민 목사), 서울 관악구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사역하는 친구들교회(배홍일 목사), 경기도 양평에서 목공 공방을 통해 지역을 섬기는 예수목자교회(김성욱 목사) 등이 함께 장려상을 수상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