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계백로를 지나다 보면 대형마트 옆에 한밭제일장로교회(김종진 목사)가 서 있다. 교회는 2만8429㎡(약 8600평)에 500대를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 대도시 교회 중 가장 넓은 부지를 지닌 교회로 손꼽힌다.
교회는 장자권 영성회복, 14주간 40일 금식기도를 채우는 ‘4014 금식훈련’으로 목회자를 훈련시키는 이영환 목사가 1980년 개척했다. 2000년 현 위치로 이전했다. 후임인 김종진 목사는 2017년 10월 정식으로 취임했다.
김 목사는 경남 창원지역 개척 목회를 했던 부친 밑에서 컸다. 그는 “부친은 소방공무원이었는데, 소명을 받고 시골 동네를 찾아다니며 교회를 세웠다”면서 “당연히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얼마나 가난했는지, 아버지가 쌀통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시골 목회자 자녀로서 방황도 있었지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찾으려는 마음은 있었다. 가정형편을 알기에 늘 새벽기도마다 ‘길을 열어달라’고 매달렸다”고 말했다.
계명대를 졸업한 그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정말 목회에 있는지 확인하고자 총신대 대학원 기독교교육과 재학 시절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2002년 가난한 신학생이 미국 아주사퍼시픽신학대에 지원했고 길이 열렸다. 하지만 매달 생활비와 아파트 월세 청구서는 경제적 공포의 자리로 내몰았다. 그때마다 기도에 매달렸고 보이지 않는 손길을 통해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했다.
김 목사는 “2007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베다니장로교회와 버지니아주 한빛지구촌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을 봤다”면서 “늘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상담하다 보니 함께 교회를 개척해보자는 성도들이 많았다. 하지만 교회를 개척하라는 하나님의 응답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황성주 박사가 운영하는 원바디 처치리더 편집장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미주복음방송에 자리를 잡는다. 김 목사는 “새벽 3시부터 방송국 문을 열고 새벽 제단을 쌓고 새벽 방송을 했다”면서 “그 시절 LA지역 한인 성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희한하게도 방송사역을 하는데도 기도할 때마다 ‘너는 교회 안의 사역자’라는 말씀을 주셨다”면서 “마이크는 잡고 있었지만, 청년목회와 다음세대 목회의 비전을 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획·홍보국장과 프로그램 아나운서로 일하던 중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한밭제일장로교회를 담임하던 이영환 목사가 미국 집회를 온 것이다. 이 목사는 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김 목사가 기도의 목회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교회 집회를 부탁한다.
김 목사는 “한국에 와서 한밭제일장로교회가 그렇게 큰 교회라는 걸 알았다”면서 “집회 후 밤 10시까지 안수기도를 해주고 늘 하던 대로 다음 날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좋으신 하나님과 교제하는데 이 목사님이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고 말했다.
밤늦게 안수기도하고 다음 날 새벽 제단을 쌓기 위해 온 김 목사를 보고 이 목사는 파격적 제안을 한다. “후임자를 놓고 기도하는 데 김 목사를 후보에 넣어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2014년 12월부터 3년간 동사목사로 이 목사와 함께 교회를 섬겼다. 김 목사는 “후임 목사로서 원로목사님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새벽 3시부터 새벽 제단을 쌓고 사례비의 대부분을 헌금하며 무소유로 살아왔던 원로목사님은 정말 넘을 수 없는 영적 거인이다. 원로목사님의 사역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2017년 미국 하와이 예수전도단 DTS 훈련을 받으며 사역의 우선순위가 성도 사랑에 있으며, 기도가 목회자를 지킨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김 목사는 “부임 이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새벽 4시부터 기도의 자리를 지켰는데, 지나고 보니 그 자리가 나를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주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인간적 노력으로 성도를 이끌려고 하지 말고 영적으로 뒤처진 이들을 돌보라는 감동을 주고 계신다”고 웃었다.
가난한 목회자의 자녀로 자란 김 목사는 소외계층과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교회는 ‘사랑마켓’을 통해 지역사회와 성도 중 소외계층에게 생필품을 지원한다. 노안으로 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백내장 수술비와 안경 제작비를 후원한다.
교회는 장학금 지원에도 힘쓴다. 소외계층 목회자 자녀 장학금으로 2300만원, 성도 자녀 장학금으로 1550만원을 지원했다. 취업준비생, 재수생 130명에게 학용품을 지원했다.
특히 마스크 기탁 사역을 벌였는데, 대전시청와 유성구청, 관공서 등 50여 곳에 총 20만장을 지원했다.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겐 10만장을 지원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의 ‘생명나눔 헌혈운동’ 거점교회로서 헌혈캠페인을 전개했다. 조만간 성도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정신상담센터를 개설한다.
대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