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가가 이달 들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며 급등했지만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단가를 동결시킨 후폭풍은 한국전력이 부담하게 됐다. 3분기에는 냉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 한전 실적을 끌어내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럴 거면 굳이 왜 연료비를 연동하는 식으로 전기요금제를 개편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변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연료비 조정단가란 국제유가 등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전기요금제를 말한다. 3분기에도 2분기와 동일한 ㎾h당 요금이 적용된다. 사용량에 따라 ㎾h당 88.3~275.6원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할 때 ㎾h당 3원을 뺀 요금이 반영된다. 주택용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50㎾h)을 기준으로 하면 월 1050원의 인하 효과가 유지된다.
요금인상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전이 국제유가·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거래가격을 토대로 산정하는 평균연료가격은 ㎏당 299.38원으로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등 세계 3대 유가가 지난 1분기부터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선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전은 인상 폭 상한선인 ㎾h당 3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제동을 건 것은 정부다.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요금 동결이 필요하다고 한전에 통보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에 2개월 연속 2%대로 급등한 물가를 고려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분기 연속 요금 동결 조치로 한전의 실적 부담이 커졌다. 한전은 지난 1분기만 해도 57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요금 동결 때문에 앞으로도 실적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한전이 올해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다만 아직까진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1분기에 연료비 하락 등으로 인해 ㎾h당 10원 정도 인하할 수 있었지만 분기별 상한이 적용돼 3원만 인하했다. 유보금을 고려할 때 3분기까지는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유보금 효과가 끝을 보이는 4분기부터다. 정부는 4분기에도 연료비가 고공행진할 경우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린다 해도 ㎾h당 3원 이상 올리기가 힘들다. 더욱이 정부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서민 가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전 관계자는 “국제 연료비가 인상 추세여서 4분기 요금 인상 요인 발생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기요금 합리화’ 차원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시켰던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두 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동결시킨 것은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저하시킨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지애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