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함정 빠진 영국… 키워드는 미접종 청년층

입력 2021-06-22 00:02
한 시민이 21일 영국 스톤헨지 앞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이날 스톤헨지 하지(夏至) 기념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행사가 취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코로나19 재유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가 최근 신규 감염의 99%를 차지하는 영국에선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더욱이 델타 변이는 백신을 2회 접종까지 모두 완료해야 감염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집단면역 달성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거리두기 등 기본적 방역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증 발전 가능성 큰 노년층도 위험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사례 분석 주간보고서를 보면 14일 기준 영국 내 델타 변이 감염 사례는 6만624건인데 이 중 10~30대가 4만1749명으로 무려 70%를 차지했다. 아직 백신 미접종자가 대부분인 연령대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전청(HSA) 청장은 “영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고 있고 델타 변이가 지배적이다. 대부분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 연령층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젊은층이 델타 변이의 감염원이 되면서 중증 발전 가능성이 큰 노년층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는지 평가하는 수치인 2차 공격률은 델타 변이의 경우 11.4%로 나타났다. 환자 1명이 100명을 마주쳤을 때 11.4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지배종인 알파 변이(8.0%)보다 높은 수치다.

스티븐 라일리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세계전염병분석센터 교수는 “코로나19에 덜 취약한 청년층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백신이 100% 효과적이지 않고 모든 사람이 완전히 예방접종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치명적인 노년층의 감염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배종’ 델타 변이, 전염성 압도적

지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델타 변이는 높은 전염성을 바탕으로 84개국으로 퍼지면서 코로나19 재유행 공포를 키우고 있다.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에 비해 전염성이 64%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의 64%가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해 전주 대비 79%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시점이 다음 달 19일로 연기됐다. BBC는 영국 신규 확진자의 96% 이상이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라고 보도했다. 델타 변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감염 사례의 90% 이상, 캐나다에서 66%를 차지하며 지배종으로 올라섰다.

미국과 독일, 벨기에 등 국가에서는 아직 델타 변이 감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감염재생산지수가 다른 변이에 비해 높아 지배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신규 확진자의 10%가량이 델타 변이에 의한 것이며 2주마다 배로 늘고 있다”며 “가을로 접어들면 델타 변이가 새로운 유행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도 독일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은 6% 수준이지만 늦어도 가을에는 지배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차 접종까지 마쳐야 효과

최근 연구들은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PHE에 따르면 영국 내 델타 변이 감염자 6만624명 가운데 접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7461명을 제외하고 66.8%(3만5521명)가 미접종, 1차 접종 후 21일 미만 감염자가 7.7%(4094명), 1차 접종 후 21일 이상 지난 감염자가 17.7%(9461명)였다. 백신 미접종자와 1차 접종자들이 델타 변이 감염 사례의 92.3%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1차 접종을 마친 감염자들이 26%에 육박하면서 1차 접종이 불완전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1차 접종 시 33%에 그쳤다. 알파 변이에 대해서 두 백신 모두 약 50%의 감염 차단 효과를 보인 것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차 접종의 효과는 뚜렷했다. PHE는 백신 접종을 두 차례 모두 완료하면 화이자 88%, AZ 60% 등으로 유의미한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HS) 조사에서도 화이자와 AZ 백신을 2회 맞아야 델타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각각 79%, 6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PHS의 짐 맥미나닌 국장은 “백신을 2회 모두 맞으라고 독려하면 델타 변이의 위협에 맞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회 접종만으로 끝나는 얀센 백신은 약 60%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7월 방역수칙 완화 괜찮을까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새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했다. 국내 누적 1차 접종자가 21일 기준 1501만4819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백신별 권장 접종 횟수를 모두 맞은 사람은 404만7846명으로 7.9%를 기록하는 등 백신 접종률이 상승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존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1차 백신 접종률이 64%에 달하고, 2차 접종률이 46% 이상인 영국에 비해 국내 1차 접종률은 절반도 되지 않으며 2차 접종률은 영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집단면역을 목전에 뒀던 영국은 델타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연장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국 등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이 거의 100% 되지 않고서는 코로나19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며 “방역 완화 메시지는 시기상조다. 방역 완화를 하더라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정우진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