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21일에도 경선 연기와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이재명계 의원들은 ‘경선 흥행 부진’과 ‘당헌·당규 원칙 준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속내에는 각자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네거티브 이슈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늦지 않게 본선 대비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반대로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대한 시간을 벌어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가 의총 소집을 결정한 다음 날에도 경선 연기에 대한 각종 주장이 분출했다. 이 전 대표 측 전혜숙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면역이 형성돼 많은 국민과 당원 속에서 경선을 치르고 승리해야 한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강성 친문계 의원들도 경선 연기에 힘을 실었다. 김종민 의원은 “민주당은 8월에 마스크를 쓰고 조용한 경선을 치르지만 국민의힘은 12월에 전국적으로 마스크 벗고 수십명, 수천명 모이는 자유로운 경선을 치른다”고 주장했다.
이재명계 의원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이규민 의원은 “어린 학생들도 시험공부 안 했으니 시험 날짜를 연기하자고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형배 의원은 “경선 연기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들’의 싸움”이라며 맹비난했다.
‘빅3’ 주자들은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충정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것은 지도부의 의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경선 연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지사는 이날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같은 주장 아래에는 대선 주자 간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친형 강제입원 사건,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등 예상되는 논쟁거리를 빨리 정리하고 정책 비전을 중심으로 본선 경쟁력을 부각하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또 경선 연기를 한다고 해서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로의 경선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지사의 네거티브 이슈는 이미 다 언론을 통해 나온 이야기”라며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이 지사의 강점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도 “일정을 바꿔 흥행이 담보된다면 모를까 지금 경선 일정을 연기해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 그 외 후보들로 경선이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나머지 주자들은 이 지사와 10% 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지만 여전히 지지율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지사가 네거티브 이슈가 많은 만큼 최대한 시간을 확보할 경우 이 지사의 이러한 약점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읽힌다. 한 대선 주자 측근은 “지지율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오르내리고 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야권 주자 1위를 내줄 경우 윤 전 총장과 이미지가 유사한 이 지사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