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회생 반갑지만… 9개 난립 LCC 칼바람 분다

입력 2021-06-22 04:02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 업체인 ㈜성정으로 결정되면서 이스타항공이 연내 항공기 운항을 목표로 경영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항공산업의 회복이 아직은 요원한 가운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LCC 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최종인수예정자로 성정이 사실상 확정됐다. 향후 이스타항공은 2500억원 가량에 이르는 채무 변제와 항공운항증명(AOC) 취득, 항공기 리스, 조종사·승무원 등 직원 고용 등을 거쳐 올해 10~11월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다. 이로써 국내 LCC는 기존 운영 중이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사에 이스타항공, 그리고 신생 항공사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까지 더해 9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수년 전부터 시장 규모에 비해 LCC의 수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는데,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LCC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복잡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LCC 관계자는 “직원 입장에서 본다면 이스타항공이 회생해서 직원들이 다 복귀했으면 좋겠는 마음”이라면서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신생 LCC 3개도 추가된 상황에서 경쟁상대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LCC들은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사가 보유 중인 항공기를 줄이며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 과잉 상태가 길어지며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일례로 LCC들은 여행객 수요가 몰리는 제주 노선을 확대하며 1만원 안팎의 특가 항공권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면 LCC들의 출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시작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로 각사 산하에 있는 LCC들(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준 보유 항공기만 54대에 달하는 대형 LCC가 탄생하게 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진행됐던 항공시장 재편이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된 것”이라며 “지금은 업황이 어려운 시기라 체력전에 돌입하게 될 거다. 결국 원가 우위든 노선 다양화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항공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항공업계는 2000년대부터 항공사 1~2개가 다른 항공사에 인수되는 M&A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현재의 안정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