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접은 빈자리 아이폰으로 메운다

입력 2021-06-22 04:04
LG전자 베스트샵 무인매장 전경.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전국 400여개 ‘LG 베스트샵’ 매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판매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로 재편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애플의 우군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8월부터 베스트샵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맥북 등 LG전자와 제품군이 겹치는 PC라인업은 판매하지 않는다. 또 베스트샵은 애플 제품 판매만 하고 사후관리(AS)는 참여하지 않는다.

LG전자와 애플이 손을 잡는 건 서로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이다. 애플은 LG전자 철수로 공백이 생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애플이 베스트샵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망을 전국에 촘촘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체 운영하는 애플스토어 2곳과 리셀러들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 수도 많지 않은 데다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반면 베스트샵은 전국 주요 도시에 포진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진다. 베스트샵을 찾는 고객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아이폰 외연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으로 빈자리가 된 베스트샵 매장 내 모바일 코너를 애플 제품으로 채워 베스트샵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 전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LG전자도 구색 맞추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충성도 높은 애플 사용자들을 베스트샵 매장으로 끌어들여 TV, 가전 제품 판매를 늘리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LG전자가 애플과 협력에 나선 것은 그동안 애플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온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 주요 계열사들은 아이폰에 배터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LG 주요 계열사 직원들도 새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력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가 차지하던 10% 가량의 점유율은 삼성전자로 흡수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LG전자의 중고폰 보상프로그램 가입자 중 80%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선택하기도 했다.

애플도 최근 들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은 최근 LG전자 스마트폰 보상 판매시 1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이전에 하지 않던 마케팅을 국내에서 하고 있다. 애플이 LG전자의 유통망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면 삼성전자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다만 LG전자는 애플과 협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방면에서 검토 중이다”면서 “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는 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