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21일 “김 위원장 발언에 주목하며 북한이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안에 호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김 위원장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라고 하면서 “보다 명확한 신호는 앉아서 협상하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화를 배제하지 않은 북한이나 그런 북한에 맞장구를 친 미국 모두 일단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 당장 대화하겠다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외교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을 뿐 아직 북한이 움직일 만한 당근책을 건넨 것 같지는 않다. 통상적이라면 미국 말대로 양측이 일단 대화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2년 전 ‘하노이 노 딜’ 트라우마가 있는 북한으로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곧바로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적어도 3년 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관련해 미국이 가시적인 이행 의지라도 보여줘야 대화에 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성명 중 북한은 미군 실종자 유골 반환 약속을 지켰지만 ‘새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북한의 요구사항과 관련한 진전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아울러 비핵화 진척에 따른 미국의 단계적 대북 제재 완화 방침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라도 액션플랜이 제시돼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보다 뚜렷한 대화 유인책을 내놓도록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북한도 ‘적대시 정책을 다 포기하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대화 재개 조건을 고집해선 안 된다. 미국의 싱가포르 성명 이행 의지나 단계적 제재 완화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대화에 응해야 한다. 만나기 전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걸 미리 다 내놓으라는 건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북핵이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이지만 북한의 무성의로 마냥 시간만 흐른다면 언제든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속히 대화의 손을 내밀기 바란다.
[사설] 美는 대북 유인책 제시하고, 北은 대화 조건 낮춰야
입력 2021-06-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