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눈팅과 채팅에서 미팅으로

입력 2021-06-22 03:04

코로나로 인해 조성된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단이 많아졌다. 걱정스러운 점은 온라인에서 이단과의 비대면 접촉은 언제든지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불안한 온라인 눈팅(탐색)을 거쳐 아슬아슬한 채팅(소통)을 즐기다가 위험천만한 이단과의 미팅(접촉)으로 발전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포교 방식이 디지털 환경을 상상조차 못하던 반세기 전인 1970년대부터 주목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탁과 윌리엄 베인브리지는 사이비종교 혹은 이단을 일컫는 소위 컬트(cult)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러한 유형 분류는 오늘날 코로나와 디지털 환경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이단문제를 바라보는 유용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첫 번째 유형은 오디언스 컬트(Audience Cult)다. 청취자 혹은 시청자 모드로 이단을 접하는 단계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교리적 주장에 대해 책 라디오 TV 등을 통해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상태다. 요즘 온라인을 통해 이단성 있는 개인이나 단체의 동영상과 게시 글에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는 것과 유사하다. 소위 ‘눈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클라이언트 컬트(Client Cult)다. 이는 오디언스 컬트보다 발전한 형태로 단순한 청취자나 시청자 모드를 넘어 클라이언트 즉 고객의 모습으로 직접 소통하는 단계다. 눈팅을 넘어 ‘채팅’으로 접어든 상태이고 오늘날 온라인 댓글을 달거나 피드백을 주고받고 때로는 음성으로 소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 번째 유형은 컬트 무브먼트(Cult Movement)다. 특정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만나 활동하는 단계다. 교주와 교리와 조직을 갖춘 집단 속에서 교육과 통제와 포교활동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즉 비대면 눈팅과 채팅을 지나 대면 ‘미팅’으로 발전한 단계이다.

눈팅으로 시작해서 채팅을 거쳐 미팅으로 이어지는 포교방식의 진화과정은 최근 온라인 이단들의 미혹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교회는 물론 이단도 선택의 여지없이 비대면 온라인 세상 속으로 들어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단들의 온라인 활동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단들의 콘텐츠는 트렌디하고 음질과 화질은 요즘 표현대로 고퀄인 경우가 많아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단의 접근에 위험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누군가 지금은 몰래 숨어 눈팅을 하며 이단 콘텐츠를 접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채팅을 통해 ‘친절한’ 이단과의 소통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대면 미팅을 통해 ‘치밀한’ 이단의 미혹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코로나 세상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최고의 디지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 온라인 이단들의 미혹이 넘쳐난다. 심지어 온라인예배를 마친 후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으로 가득찬 비성경적인 이단 사이트나 동영상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기독교인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눈팅이 위험한 채팅으로 이어지고 이후 치명적인 미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눈팅과 채팅과 미팅의 수렁 속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디지털 환경은 선물인 동시에 때로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빠르지만 얄팍하고 상세하지만 편향적인 디지털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 차라리 느리지만 넉넉하고 부족한듯 하지만 느긋한 아날로그 숲에서의 여유로운 쉼과 영적 재충전이 필요하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