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를 보면 교회의 분열은 교권 투쟁 때문에 발생했다. 동로마교회는 화상숭배 문제로 다투다 망했고, 러시아정교회는 교조적인 예전 논쟁을 벌이다 볼셰비키 혁명을 맞았다.
17세기 쇠퇴기를 맞은 로마 가톨릭도 교권 투쟁이 쇠락의 원인이었다. 가톨릭은 당시 강대국인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1500년부터 1750년까지 지리적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예수회와 프란시스칸, 도미니칸 등은 종단 위주의 선교운동을 전개하면서 선교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승승장구하던 가톨릭의 선교 분위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반부터다. 신대륙 개척에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 개신교 국가가 뛰어들고 가톨릭 내부에 분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예수회는 다른 종단과 끊임없이 다퉜고 고소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1773년 클레멘트 14세가 칙령을 내려 예수회의 포교를 전면 중단하고 재산까지 몰수해버렸다. 그 결과 예수회 선교사 3000명이 선교 현지에서 강제철수된다. 이것은 훗날 가톨릭 선교의 급격한 쇠퇴를 가져온다.
손동신 백석대 선교학 교수는 “가톨릭 내 예수회와 타 종단은 서로 시너지를 누리기보다 상대가 이룬 성과를 왜곡·폄훼·모함하다가 결국 서로를 파괴하고 말았다”면서 “한국교회도 각 교회, 교단, 연합단체가 교권 투쟁을 벌이다 보면 선교가 위축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약화시키는 주요인도 교권 다툼에 있었다. 19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1961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분열은 자유주의와 용공주의를 막으려는 신앙적 결단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근본문제를 살펴보면 예장개혁, 하나님의성회 등의 끊임없는 분열처럼 어김없이 교권 투쟁이 있었다.
교권 투쟁 못지않게 악영향을 미친 것은 개교회주의, 교단 우선주의다.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은 “요즘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개 교회, 개 교단만으로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절대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개교회주의, 교단 우선주의를 넘어 하나된 연합기관의 ‘원 리더십’을 세우고 ‘원 메시지’를 내며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교회주의에 빠져 반기독교 사상, 종교의 자유를 박탈하는 악법을 막아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는 영국교회다. 안드레아 윌리엄스 영국 변호사는 “대부분의 목회자가 교회 유지에만 힘쓰다 보니 낙태, 동성애, 이슬람 문제 등이 영국 사회를 엄습했을 때 ‘기도와 목양에만 집중하겠다’며 무관심하게 대응했고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교회는 영국교회의 전철을 절대로 밟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도 “영국교회는 자신의 미래문제에 무관심했고 그 결과 낙태법, 이슬람 샤리아법, 평등법 등이 통과돼 교회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됐다”면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때문에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지금은 기독교인이 2%밖에 안 되는 선교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고영일 애드보켓코리아 사무총장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합 합법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가 있다. 그 전에 미국교회 생태계가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무총장은 “생태계 원리상 남의 교회, 남의 교단이 무너지면 우리 교회, 우리 교단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 평등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 기존 성별의 개념, 가족의 정의조차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반기독교 공격 이면에 있는 영적 배후의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합기관 통합이 모든 문제의 해법일까. 연합기관이 통합했다 하더라도 또다시 주도권 싸움이 되풀이된다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손 교수는 “연합사역을 하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교회, 교단, 연합체만 주님의 일을 한다는 독점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의 사역이라는 관점에서 상대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질투하고 음해, 공격하다 보면 결국 파괴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이 교회사가 주는 교훈”이라며 “교권 투쟁, 개교회주의, 교단 우선주의, 사변적 신학을 내려놓고 예수 생명으로 하나돼 생명을 살리는 영적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강석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도 “지금은 기득권 다툼과 자리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 피 흘림이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에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또 “교회는 특히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과 가치를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크리스천 중에 국가 리더가 나오도록 힘써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는 한교총을 중심으로 복음한국, 선교한국, 통일한국의 마스터 플랜을 그려나가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제발 큰 그림을 그리자”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