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끝” “비민주적”… 전면전 번진 민주당 경선 연기 갈등

입력 2021-06-21 04:02

경선 연기론이 촉발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의원들 간 “탐욕적 이기심의 끝” “비민주적 자세” 같은 원색적인 비방까지 난무하는 전면전으로 번졌다. 당 지도부는 20일 밤 늦게까지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2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해보자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생긴 균열과 앙금은 향후 야권 후보와의 본 대결에서 작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캠프는 20일에도 당헌 제88조 해석을 놓고 수위 높은 공방을 이어갔다.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당헌에 떡하니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쓰여 있지 않나. 그걸 이 핑계 저 핑계로 건드릴 거면 당헌이 애초에 왜 있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세균·이낙연 캠프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정세균 캠프의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은 “당헌 88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 의결로 (경선 시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경선 연기가 당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도 “당 지도부가 경선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오히려 당헌을 정면으로 무시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각 캠프는 경선 연기를 안건으로 한 의총 개최 여부를 놓고서도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이 지사 측 민형배 의원은 “경선에 관한 내용은 당헌 27조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몫”이라며 의총 개최를 반대했지만,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정당이 의총에서 논의 못 할 게 뭐가 있느냐”라며 반발했다.

송영길 대표는 후보들 간 합의 없인 연기 없다는 입장에서 “논의는 해보자”는 쪽으로 한 발 물러났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최고위원회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경선연기 찬반 양측의 갈등이 처음부터 거칠었던 것은 아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 경선 연기를 논의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수준의 논쟁을 펼쳤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이 표면적으로 “경선 흥행과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해 9월 예정된 경선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 지사 측에서 “그런 효과가 있을지 불분명할뿐더러 당헌을 어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맞섰다.

하지만 경선 연기 찬성진영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 지사가 먼저 폭발했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찬성론자를 향해 “가짜 약장수”라며 “이젠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인 윤영찬 의원이 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약을 팔아보겠다”며 “건강한 토론조차 봉쇄하겠다는 폐쇄적 인식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즉각 반박했다. 두 진영의 말다툼이 감정싸움으로까지 격화한 것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이 지난 17일 경선 연기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두 진영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이낙연·정세균계 의원과 일부 친문 의원 등 66명이 경선 일정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자 이 지사 측 정성호 의원은 “대선에 실패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탐욕적 이기심의 끝이 어딘지 걱정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선승리는 명분으로 내걸었을 뿐, 결국 이 지사의 지지율 추격을 위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직격한 것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