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위기마다 화해 물꼬 튼 태권도… 美서도 ‘평화전도사’ 역할

입력 2021-06-20 19:03
GCS글로벌평화봉사단 태어로즈 영웅단원들이 20일 경기도 파주 문산행복센터에서 열린 2021 DMZ 평화대축제에서 시범공연의 마지막 퍼포먼스로 태극기를 무대에 펼친 뒤 경례하고 있다. 파주=김지훈 기자

태권도는 언제나 남북 교류의 선봉에 섰다. 남북 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정·재계와 민간단체의 교류가 한순간에 단절됐지만 태권도만은 ‘민족의 국기’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공존하며 한반도 평화를 지탱해 왔다. 태권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에서 인종 간 갈등을 봉합하는 ‘평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태권도는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이 극에 달했을 때 가장 먼저 화해의 첨병으로 나섰다. 남북은 그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장관급 회담에서 태권도시범단 교환 방문에 합의했다. 남측 시범단은 같은 해 9월 평양, 북측 시범단은 그다음 달에 서울을 각각 방문해 공연을 펼쳤다. 북한은 완화된 긴장감 속에서 같은 해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 관계 경색이 극에 달했지만 태권도는 교류의 성과를 내며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다졌다.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사실상 전무했던 그 시기에도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조정원 WT 총재와 장웅 ITF 당시 총재(현 종신명예총재)는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입회하에 상호 인정과 존중을 골자로 한 합의의정서에 서명했다. 태권도로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튼 남북 관계는 급진전을 이뤘고, 그 분위기 속에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같은 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는 파격을 보였다.

이전 정부와 다르게 대화와 교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전략을 세운 문재인정부에서도 태권도는 남북 교류의 첫 단추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한반도 정세는 오토 웜비어 사건과 사드 갈등으로 긴장 국면에 있었다. 하지만 WT의 초청을 받은 ITF 시범단이 그해 6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전북 무주에서 공연을 펼쳐 교류를 이어갔다. 그해 3월부터 리용선 ITF 총재에게 서신을 보낸 조 총재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태권도는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이어진 한반도 평화의 도미노에서 첫 번째 골패가 됐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태권도는 식전행사로 합동 시범공연을 펼쳐 한반도 평화 의지를 세계에 알렸다. 조 총재를 필두로 한 WT 시범단은 그해 10월 말 평양을 답방해 ITF 시범단과 합동 공연을 했다.

태권도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아시아인 혐오범죄로 몸살을 앓는 미국 사회에도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한국인 16명과 미국인 6명으로 구성된 WT 시범단은 지난 18일 방송된 미 NBC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해 평화 수호 의지를 담은 시범공연으로 심사위원단과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은 강인한 신체로 평화를 지켜내는 태권도 정신을 다시 각인할 메가 스포츠 이벤트다. 태권도는 오는 8월 24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세계인 앞에 펼쳐낼 예정이다.

파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