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코미디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 3개월 만에 대권 행보에 나선 것도 모자라 이제는 현직 감사원장까지 대권 도전을 시사하고 나섰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대선 출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모든 분께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로서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면 강하게 부인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최 원장이 출마를 최종 결심한다면 사정기관 수장이 직무를 중도에 그만두고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또 다른 나쁜 사례가 된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 직무의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허무는 일일 것이다. 또 원전 감사 등 감사원이 해온 것들이 ‘정치 감사’의 일환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사기 십상이다. 최 원장이 7~8월에 출마를 선언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때까지 기다릴 사안이 아니다. 사정기관장이 현직에 있으면서 출마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조금이라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감사 업무에서 즉각 손을 떼고 오늘이라도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여권이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정기관장들이 대선판에 기웃거리는 것 자체가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그렇게 정치 경험이 전무한 공직자 출신이 반정부 이미지만으로 떠밀리듯 정치판에 나오다보니 좌충우돌하는 건 당연할 테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이 임명 열흘 만인 20일에 돌연 사퇴한 게 대표적인 경우다. 일신상 이유를 사퇴의 변으로 내세웠지만 윤 전 총장이 대변인을 통한 ‘전언 정치’만 하다 메시지에 혼선이 생기자 사실상 경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야권에서도 ‘윤석열 X-파일’이 거론되며 그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나도는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향후 최 원장이 출마하더라도 혹독한 정치판에서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이 대선판에 뛰어드는 걸 막을 순 없겠으나 적어도 최소한의 정치적 내공은 갖추고 내부 자질검증이라도 거칠 필요가 있다.
[사설] 윤석열 이어 최재형 대권 도전 시사, 당장 거취 정하라
입력 2021-06-2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