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또 발생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일어난 불이 20일까지도 완전 진압되지 않고 있다. 초기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실종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물류창고 화재는 이제 잊힐 만하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연례행사가 됐다. 지난해 4월 이천의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천 사고 3개월 뒤에는 용인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
물류센터 화재가 빈발하는데도 이를 막지 못하는 것은 택배 서비스의 활황을 타고 물류창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소방방재 시스템이 뒤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물류창고는 전국적으로 4624곳에 이른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2319곳이 새로 등록했고 2020년에만 732곳이 늘었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여전히 화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물류업체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등의 단열재를 넣은 샌드위치 패널을 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단열재는 불이 붙기 쉽고 철판은 연통 역할을 해 급속히 불을 확산시킨다. 창고 내 미로 구조, 스프링클러 작동을 어렵게 하는 고층 적재물 등도 피해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이천 화재 직후 소방청은 물류창고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했고 그해 7월엔 각 시도 소방본부 주관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안전 실태를 점검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화재를 막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방청과 전기안전공사 등이 공동으로 물류센터 현장 점검을 해 구조적 취약성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엔 국무총리실이 나서 관련 기관들을 지휘해 사후약방문식이 아니라 물류 안전 선진화 차원의 지속 가능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물류기업들의 자발적 노력도 요구된다.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물류 차질로 소비자 피해가 뒤따른다. 화재 현장 부근의 주민들도 유독가스 등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화재로 쿠팡 회원들의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류기업들은 비용 절감만 능사가 아니며 화재가 빈발할 경우 소비자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 선제적인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형 화재가 반복되는 고리를 이번엔 끊어내야 한다.
[사설] 또 물류센터 대형 화재, 총리실 나서 선제적 대책 세워야
입력 2021-06-2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