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나치 독일, 소련 침공에 수치심 느낀다”

입력 2021-06-21 04:06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 대국민 팟캐스트 분데스레지에룽에 출연해 독소전쟁 8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사과와 함께 최근 동구권과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국제정세에 대해 우려했다. 분데스레지에룽 캡처

독일 정부가 독소전쟁 80주기를 맞아 전쟁 책임을 재차 인정하고 희생자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각각 반군 지원과 자유 제한이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대국민 팟캐스트 ‘분데스레지에룽’에 출연해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지 80주기가 되는 날이 다가왔다”면서 “독일인들은 인정사정없는 침공과 끔찍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화해를 위해 독일과 악수해 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 독일인들은 전쟁 후 ‘화해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기쁘다”고 말했다. 독일 공영 도이치빌레(DW)는 “독일은 이제 국제관계에 완전히 포함된 국가”라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실이 다시 입증됐고, 앞으로는 기후변화 등 세계의 공통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치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1년 6월 22일 독일군 300만여명을 앞세워 ‘바르바로사 작전’을 개시해 소련을 침공했다. 당시 독일군은 모스크바 앞 10㎞까지 진격하면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해 연안 주민과 러시아인 2000만여명을 학살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례적으로 서독과 화해하고 독일 통일에 도움을 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현재 러시아와 얽힌 국제정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으로 1990년 독일은 통일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자유의 제한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벨라루스가 항공기를 강제로 착륙시켜 야권 지도자를 체포한 행위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하려는 행위와 반군을 지원해 우크라이나에 혼란을 주는 러시아의 행위는 국제법 위반사항”이라며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관점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