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시뮬레이션 활용 맞춤형 제작
디자인 좋아지고 합병증 최소화
아직 널리 보급 안돼… 손품 팔아야
디자인 좋아지고 합병증 최소화
아직 널리 보급 안돼… 손품 팔아야
나이 들면 몸 곳곳에서 신호를 보낸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다. 관절 내 연골(뼈와 뼈 사이 완충 역할)이 닳아 없어지는 병으로, 오래 지속되면 뼈끼리 부딪혀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는 2015년 260만8507명에서 2019년 296만8567명으로 13.6% 늘었다. 노령 인구 증가 탓이 크다. 덩달아 인공관절 수술도 노년층 삶의 질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5만6390건이던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2019년 7만7579건으로 37.5%의 증가폭을 보였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 사이 손상된 뼈를 깎은 후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된 인공 구조물을 삽입해 관절 기능을 회복하고 통증을 줄이는 것이다. 무릎 뼈를 인공관절에 맞게 절삭하고 엉덩이 관절과 무릎, 발목을 잇는 하지 정렬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인공관절 수술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1970년대 1세대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을 절개한 뒤 관절과 연골을 갈고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술 방식이 현재와 유사하지만 2시간이나 걸렸고 절개 범위도 커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높았다. 1990년대 이후로는 2세대 인공관절 시대로 들어섰다. CT나 MRI 등 영상을 이용해 무릎의 해부학적 구조를 미리 파악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하지 정렬 정도는 여전히 의사 숙련도에 따라 결정됐다.
최근에는 하지 정렬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네비게이션, 로보닥, 3D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등 다양한 기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해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인공관절 수술 만족도는 여전히 82~89%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만족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정형외과 의사와 엔지니어들은 해부학적으로 더 정확한 인공관절의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은 기존 3D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에 다양해진 옵션(선택)의 인공관절 디자인을 접목한 ‘3세대 인공관절’을 최근 선보였다.
3D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은 우선 MRI 촬영을 통해 무릎 관절의 모양과 크기, 연골의 두께 등을 파악한다. 이를 3D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환자의 무릎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후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뼈 모형을 만들고 환자별 맞춤형 수술 도구인 ‘PSI(관절의 절삭 부위를 안내하는 일종의 가이드)’를 제작한다. 이 PSI를 손상된 관절 부위에 끼우고 관절을 깎아내면 인공관절을 제자리에 넣을 수 있다. 여기에 더 다양한 두께, 크기의 옵션이 제공되면 환자 무릎 형태에 말 그대로 ‘더 맞는’ 인공관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해진 디자인은 환자의 무릎 형태와 절삭 부위 등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때문에 오차 범위는 물론 수술 시간(30분 정도)도 줄어 염증이나 출혈 등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6년 병원 측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향상된 디자인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과 고식적 방법으로 시행한 수술의 비교 분석)에 의하면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를 사용한 환자는 하지 정렬 정확도가 더 높았으며 수술 시간도 감소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이처럼 해부학적으로 더 정교해진 디자인을 한 인공관절은 수술 후 만족도를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만족도를 9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다자인의 3세대 인공관절은 미국 유럽 등에선 널리 보급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몇몇 대학병원을 빼면 사용하는 곳이 드물다. 관절 전문병원으로 이달 초 3세대 인공관절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연세사랑병원은 지난 18일까지 123명을 이 방식으로 수술했다. 60~70대 환자가 많았다.
3세대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인 A씨(64)는 “처음엔 진짜 내 관절처럼 무릎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살짝 됐는데, 생각보다 ‘내 무릎’ 같은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 병원장은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면서도 “인공관절이 아무리 진화하고 다양한 디자인 옵션이 가능하더라도 수술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야 하고 경험 많은 의료진이 진행해야 그만큼 성공률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And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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