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뜻밖의 사람일지도

입력 2021-06-21 04:08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등골브레이커’ 브랜드가 등장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연예인 협찬과 기업 마케팅 활동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긴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공범이다. 얼마 전 모두가 샤넬이나 에르메스의 자그마한 가방을 들고 온 모임에 혼자 커다란 캔버스백을 들고 갔다가 슬쩍 테이블 바닥에 내려두고 나도 저걸 하나 장만해야 하는 걸까 고민했던 일이 있다. 유행이라는 현상에 대해 알만치 알아서 그런 사회적 압박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랬을까. 아마도 이 모임이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겨를도 없이 겉모습만으로 이미 선택과 배제가 결정되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런 소외감과 동조는 자존감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상대가 나의 차림으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짐작이 가고, 부당한 평가는 피하고 싶어서 남들 하는 만큼 차리고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적으로 타인의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있다. 그것도 내 머릿속 잣대로.

잘 알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는 오늘따라 멋지거나 허름한 모습이 잠깐 대화의 소재가 될 뿐 큰 문제가 아닌데, 적당히 먼 관계에서는 문제가 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겉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그걸로 상대를 순식간에 짐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게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할 기회도 없이 그 사람을 스쳐 지나간다. 스쳐 지남을 넘어 그 사람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속 배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옷차림으로 판단하는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사소한 차이로 상당히 강한 차별을 하고 있어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머리나 치마 길이의 약간의 차이로 친구로 삼을지 말지 결정한다고 하고, 어떤 브랜드 신발을 신었는지로 사는 지역을 알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뭐 많이 다른가. 겉과 속이 다른 뜻밖의 사람이 많다는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