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가능성 내비친 北, 행동으로 보여야

입력 2021-06-19 04:01 수정 2021-06-21 17:5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외 메시지를 내놨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도중 내놓은 것으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며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위원장이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선대선, 강대강’ 기조를 고수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메시지는 바이든 미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검토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총비서 동지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안을 명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2018년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키로 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답변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메시지 발표 직후 이뤄지는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 방한 시점이 절묘하다. 이번 방문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모멘텀이 마련될 수도 있겠다.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건 불문가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을 추진하자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으나 북한 거부로 어떤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당장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건 불가능하나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보건의료 분야를 신호탄으로 식량, 비료 등 북한이 원하는 민생분야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민이 바라는 절실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행조치를 취하려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의 핵심 사항”이라고 특별명령서까지 발령한 김 위원장이다. 대결은 결코 인민이 바라는 절실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파국을 부른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모르지 않을 거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눈앞의 한·미연합훈련이 딜레마다.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점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나 북한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대화를 거부하거나 파투 낸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한·미 양국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