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치 다짐한 송영길·이준석, 새로운 여야 관계 정립하길

입력 2021-06-18 04:0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첫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앞으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모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것은 물론, 여야가 격의없이 수시로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개혁을 하는 모습을 통해 정당정치의 표준을 만들자고도 했다. 여야 지도부가 만나기만 하면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는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아직 말뿐이기는 하지만 여야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이런 의지를 드러냈으니 앞으로 여의도 정치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대표는 특히 국가 위기 앞에서 야당이 정권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야당은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 목소리부터 내왔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을 때에도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청와대가 국정에 필요한 방향으로 편하게 조정하시라”며 협의체 형식과 참석 범위 일체를 위임했다. 전임 당대표들이 대통령과의 1대 1 영수회담만 고집하던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와 여당을 견제하는 입장인 제1야당 대표가 정권에 이렇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야당 대표의 그런 유연한 자세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실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야가 알량한 정치적 득실만 따지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국가 미래와 민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설사 잃는 게 있더라도 가능한 합의하고 입법에도 협조해야 한다. 송 대표와 이 대표의 이날 만남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에 진정한 협치의 새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 대표들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 모두 달라져야 한다. 이제라도 구태의연한 대립과 설전에서 벗어나 대화와 상생 노력을 통한 생산적인 여야 관계가 정립돼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거대 여당으로서 야당에 양보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도 민생을 함께 떠받치는 축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국민은 앞으로 누가 더 많이 양보하고, 어느 쪽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지를 보고 다음 정권을 맡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