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학개미가 올린 경쟁력, 정부가 깎아 먹었다

입력 2021-06-18 04:04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3위를 이어갔다. K방역으로 코로나19에 선방했던 것 치고는 실망스런 성적표라는 평가다. 민간과 정부의 실적이 대조를 보였다. 수출호조 등 기업들의 노력에 ‘경제성과’ 순위가 27위에서 18위로 급등했다. ‘동학개미’들의 주식 사랑은 ‘금융시장’ 국가 순위도 끌어올렸다.

반면 조세 정책 문제와 기업활동 여건 악화로 인해 ‘정부 효율성’은 28위에서 34위로 6계단 뒷걸음질 쳤다. 사실상 기업과 국민이 끌어올린 국가 위상이 정부 실정 때문에 빛바랜 셈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한국 순위를 포함한 ‘2021년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한국은 전체 64개국 중 23위로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종합 순위는 변화가 없었지만 세부 순위는 요동쳤다. IMD의 평가 지표인 ‘경제성과’와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성과다. 세부 항목 중 국내경제 순위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5위로 뛰어올랐고 수출 호조에 국제무역도 41위에서 33위로 상승했다. 경제성과 순위를 지난해보다 9계단 끌어올린 밀알이 됐다. ‘기업 효율성’도 지난해 28위에서 올해는 27위로 개선됐다. 생산성(38→31위)과 금융시장(34→23위) 경영활동(36→30위) 등의 항목이 순위를 끌어올렸다. 금융시장 순위 상승의 경우 주식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증감률은 전분기 -1.0%에서 7.4%로 급반전됐다. 자동차와 전기·전자·기계 등의 호조로 제조업이 1.3%에서 10.4%로 급등했고 비제조업도 -4.1%에서 3.3%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출액 증가율은 2017년 3분기(13.8%)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다른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증가율도 -0.2%에서 3.3%로 높아졌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2019년 미·중 통상 갈등,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년 연속 기업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는데, 올해는 수출이 잘 되고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도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민간의 선전에 반해 정부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정부 효율성’은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만 해도 전년 대비 3계단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푼 재정(27→26위) 외에 전 항목이 떨어졌다.

우선 조세정책 순위가 19위에서 25위로 밀려났다. 부동산 시장을 흔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개편 이후 첫 성적표란 점에서 정부 정책이 비효율적임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기업 환경을 말해주는 기업여건 순위도 46위에서 49위로 악화됐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1989년 순위 발표 이래 역대 최고 순위인 22위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자평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강준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