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총잡이 진종오 “은퇴하란 말에 승부욕 발동”

입력 2021-06-18 04:05
‘사격 황제’ 진종오가 16일 경남 창원 국제사격장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프로필 사진 촬영 중 권총을 들고 사격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창원에서 훈련해온 진종오는 오는 22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자신의 7번째 올림픽 메달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진종오(42·서울시청)는 한국 사격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모두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 사격을 세계에 알렸다.

40대에 접어든 그가 자신의 5번째 올림픽인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올해 4월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올림픽 대표 선발전 4차전까지만 해도 7위까지 처지며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마지막 5차전에서 ‘사격 황제’는 부활했다. 마지막 발에서 10점 만점을 쏘는 등 총 600점 중 585점을 기록했고, 극적으로 2위(2898점)에 올라 도쿄행 막차를 탔다.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승부욕이 막판 반전의 비결이었다. 진종오는 17일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올림픽 사격대표팀 화상 미디어데이에서 “선발전 3차전 도중 어떤 감독님이 ‘종오 이제 사격 그만해라, 은퇴해야 한다’고 했는데,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아 승부욕이 생겼다”며 “저도 당연히 은퇴를 생각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고 싶진 않다. 마지막 5차전만큼은 잘 쏘고 싶었다. 세계 신기록을 세워 판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출전권 확보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진종오는 후회 없는 올림픽을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지 코로나19 상황에 경기력이 영향받지 않도록 먹을 물까지 챙겨갈 정도다. 그는 “어떤 올림픽보다 부담이 많이 된다. 이번엔 개인전뿐 아니라 혼성 종목에도 출전하니 지금까지 참가했던 국제대회 통틀어 최고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대회까지 36일쯤 남았는데, 정해진 시간 훈련과 컨디션 조절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종목인 50m 권총이 폐지되면서,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과 신설 종목인 10m 공기권총 혼성단체전에 출전한다. 혼성에선 자신보다 22살 어린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호흡을 맞춘다. 진종오는 “팀 경기를 치르면 ‘내가 못 쏘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을 떨쳐내는 게 중요하다. 가은이가 기분 좋은 마음으로 경기하도록 멘털적인 부분을 조언해 바이오리듬을 끌어올려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은도 “(레전드와 함께 경기해) 부담과 긴장이 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라며 “총에 대해선 아직 많이 배우지 않았는데 선수촌에 들어가면 계속 여쭤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6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양궁의 김수녕과 함께 한국 선수 중 최다 올림픽 메달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도쿄에서 메달을 따면 단독 1위의 대기록을 세운다. 진종오는 “7번째 메달을 따면 역사에 남고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사격에 방해받고 싶진 않다”며 “묵묵히 응원해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종오를 계속 전진하게 하는 동력은 사격 종목에 대한 애정이다. 진종오는 “선수로서 목표는 다 이뤘다. 다만 ‘정말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하다 가는 선수구나’ ‘사격을 사랑하는 선수였구나’ 그런 말을 듣고 싶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격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떨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