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관리·부동산임대 업체인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본입찰 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의 광림컨소시엄이 100억원 가량을 더 적어냈지만 성정은 인수 금액을 높여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17일 이스타항공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과 공동관리인 등에 따르면 성정은 이날 오전 안진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안진은 이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성정은 18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통지하면 됐는데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우선매수권을 갖는 예비인수자를 미리 선정해놓고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예비인수자로 선정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성정은 인수 금액을 1000억원 가량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개입찰에서 광림컨소시엄이 1100억원대를 적어냈고, 성정은 이보다 조금 높은 금액을 적어내며 인수 조건도 수용키로 했다. 이스타항공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성정은 광림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 금액뿐 아니라 고용승계 조건과 자금조달 방법, 대금납입 방법 등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노조와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 이스타항공이 처한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낸 광림컨소시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광림컨소시엄이 입찰서류에 적었던 해당 조건들을 성정이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노조의 요구사항도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둔 성정은 충청도 부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골프장관리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개발업 등을 하고 있다. 관계사로는 27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 등을 뒀다. 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백제컨트리클럽 178억원, 대국건설산업 146억원으로 기업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성정이 연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자금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다시 성장하려면 항공기 리스와 인건비 등으로 초기자본이 많이 들 텐데 커버가 가능한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정은 계열사들의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대부분 부채가 없어 충청권 내 알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자본력을 더하면 이스타항공 인수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젠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한 뒤 본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남았다. 이후 부채 상환, 유상증자 등의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다음달 20일까지 법원에 제출하면 매각 절차는 마무리된다. 정 관리인은 “매각 과정이 일단락됐지만, 아직 채권 변제와 노사 및 고용 문제 해결, 항공운항증명(AOC) 취득 등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700억원과 회생채권 1850억원 가량을 변제하는데 사용되며, 이스타항공을 정상화하는 데 드는 신규 운영자금은 성정이 지불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