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달러 가치와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며 즉각 시장 불안 요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되 향후 금리 인상 시기는 물가 상승 등으로 당초보다 1년 이른 2023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이틀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내놓은 점도표(dot plot)에서 2023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보다 인상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FOMC 위원 18명 가운데 13명이 2023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중 11명은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물가 전망도 올려잡았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예상한 2.4%에서 연말까지 3.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치도 기존 6.5%에서 7%로 올렸다.
기준금리는 예상대로 현 0.00~0.2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관심을 모았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경우 현 자산매입 규모(매월 최소 1200억 달러)를 유지키로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완전고용과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2%)에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테이퍼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8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이번 FOMC 회의 결과는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장기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며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물가 상황과 이에 따른 정책 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FOMC 회의 여파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채권값 하락)는 상승했다. 17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41% 포인트 오른 연 1.327%에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시장금리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5년 만기물은 0.024% 포인트 상승한 연 1.710%, 10년 만기물은 0.009% 포인트 오른 연 2.079%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2원 오른 1130.4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3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달 20일(1132.0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연준이 조기 긴축을 시사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했던 국내외 주식시장은 이날 하락세를 보였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0.54%, 나스닥지수는 0.24% 하락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지수도 이날 13.72포인트(0.42%) 내린 3264.96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건 6거래일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코스피에서 각각 3580억원, 6890억원을 ‘쌍끌이’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38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5.23포인트(0.52%) 상승한 1003.72에 마감됐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10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4월 27일(1021.01)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강준구 전웅빈 조민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