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간편투자앱으로 주린이 적극 공략에 나섰다

입력 2021-06-18 04:05
삼성증권 직원들이 새롭게 출시한 간편투자애플리케이션 ‘O2’(오투) 아이콘과 스마트폰 화면 모양의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는 토스증권을 실행한 스마트폰 화면 예시. 삼성증권 제공 및 토스증권 홈페이지 캡처

대형 증권사들이 ‘주린이’로 불리는 초보 주식투자자를 겨냥해 맞춤형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을 새롭게 내놓거나 기존 앱을 한결 간편하게 바꾸고 있다. ‘쉽고 편한 투자 플랫폼’을 표방하며 증권시장에 가세한 토스나 카카오를 의식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간편투자앱 ‘O2’(오투·오늘의 투자)를 출시했다. 기존 주식거래앱(MTS)인 ‘mPOP’(엠팝)과 별개로 내놓은 초보 투자자 맞춤앱이다. 메뉴를 대폭 줄이고 자주 쓰는 기능을 한곳에 모았다.

메뉴는 78개로 엠팝(510개)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엠팝 내 전체 조회수의 86%를 차지한 기능을 추려 한 화면에 배치했다. 앱 접속 후 첫 화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삼성증권 설명이다.

정식 출시에 앞서 오투를 써본 이용자(베타테스터)들은 42%가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최대 장점으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투는 또 국내외 주식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채권 등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증권은 “투린이(투자+어린이) 맞춤형 설계로 투자자 관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투린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선언했다. 이어 “편의성 중심의 일부 투자앱이 국내 주식만 제한적으로 매매 가능한 것과 달리 오투는 편의성을 높이고도 모든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투가 겨냥한 것은 토스증권으로 해석된다. 기존 토스 플랫폼 안에 ‘주식’이라는 명패를 달고 입점한 토스증권은 국내 주식만 거래할 수 있고 기능을 대폭 간소화한 탓에 실전 매매용으로는 다소 불편하다는 평가도 있다. 오투는 대부분 초보 투자자인 토스증권 이용자를 뺏어오기 위한 전략형 무기쯤 되는 셈이다.

올해 주식거래 서비스 개시를 앞둔 카카오페이증권를 함께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보인다. 토스증권이 두드러진 선전을 보이지 못하고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비스를 내놓기 전 상황에서 초보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MTS 메뉴나 외관을 잇따라 개편하며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9일 기존 2개 모바일앱인 ‘나무’와 ‘QV’의 첫 화면을 사용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각 화면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단축키를 도입했다. 고객이 앱에서 자주 사용한 메뉴를 자동으로 집계해 보여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NH투자증권은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정확한 자산 진단 및 맞춤형 알림을 통해 MTS로 손쉽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증권사들의 공세는 카카오페이증권의 브로커리지(주식거래중개)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토스증권과 대형 증권사 MTS에 대한 시장 반응을 관찰하며 효과적 이용자 공략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