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반도체난 충격파… 삼성, 전략폰 신모델 출시 연기

입력 2021-06-18 04:05
퀄컴 스냅드래곤888. 퀄컴 제공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스마트폰 시장으로도 확대할 조짐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모델 출시 일정과 물량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FE 출시를 9월 이후로 연기했다. 삼성전자는 8월초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Z폴드3, Z플립3와 함께 S21 FE를 공개한 후 8월 안에 3개 제품을 모두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출시를 미룬 이유는 S21 FE에 들어가는 퀄컴 스냅드래곤888 칩셋 수급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칩셋은 Z폴드3, Z플립3에도 들어가는데 3개 제품에 다 넣기엔 물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S21 FE는 삼성전자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 전략에 중요한 제품이다. 특히 올해는 노트 신제품이 없기 때문에 전체 판매량 유지를 위해 S21 FE의 역할이 필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은 S21 FE가 더 많지만, 삼성전자로선 Z폴드3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며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52의 국내 출시도 연기했다. 올해 3월 공개된 이 모델은 6월쯤 국내에도 나올 예정이었으나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출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칩셋 부족 문제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불거졌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주로 28나노 이상 공정에서 만드는 자동차 반도체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미세공정 제품까지 영향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은 복잡하기 때문에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도 영향을 주게 돼 있다”고 말했다.

퀄컴의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제재로 퀄컴 칩셋을 쓰지 못하는 화웨이도 반도체 부족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그렇다고 퀄컴 칩셋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가 추가주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퀄컴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TSMC의 경우 최근 애플 아이폰13에 들어갈 A15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한 달 이상 출시가 늦어진 애플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칩셋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올해만 약 9000만대의 아이폰13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TSMC가 다른 반도체를 생산할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