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돌파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백신의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1억명 이상 예방 접종을 마친 미국과 인도의 돌파감염 사례를 살펴보니 0.004~0.009% 수준으로 매우 드물었다. 감염됐더라도 접종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더 가벼운 증상을 겪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낮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일보가 17일 미국과 인도의 돌파감염 사례 관련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화이자·모더나 등을 접종한 미국의 돌파감염 사례는 코비실드(인도에서 위탁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 인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돌파감염 발생 비율은 양국에서 접종자 10만명당 4~9명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 전역에서 집계한 돌파감염 사례를 지난달 공개했다. 1억1100만명에 달하는 접종자 중 돌파감염 사례는 1만262건(0.009%)으로 10만명당 9.2명꼴이었다. 전체 돌파감염자 가운데 2725명(27%)은 무증상 감염이었고 입원 환자는 995명(10%), 사망자는 160명(2%)이었다. 사망자 중 28명은 코로나19와 무관했다. 전체 접종자 대비 돌파감염 관련 사망자 비율은 0.0001%로 접종자 100만명당 1명 수준이었다.
인도 정부기관인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는 4월 21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 발생 비율이 0.00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을 완료한 1억1600만명 중 1차 접종 이후 감염자는 1만7145명(0.014%)이었고 2차 접종까지 마친 감염자는 5014명(0.004%)으로 접종자 10만명당 4.3명을 기록했다. 화이자·모더나를 주로 접종한 미국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발람 바르가바 ICMR 위원장은 “지금까지 인도에서 10만명당 4건 정도의 돌파감염이 발생했는데, 이는 매우 작은 숫자”라며 “돌파감염 사례도 의료계 종사자 등 감염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 인도와 비교했을 때 돌파감염 발생 비율은 5~10배 가까이 낮았다. 지난달 31일 0시 기준 돌파감염 사례자는 9명으로 접종 완료자 214만3385명 대비 0.0004%를 기록했다. 면역 형성 기간 14일이 지난 접종자 103만9559명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10만명당 0.87명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뚜렷했고, 백신 접종자는 감염됐더라도 미접종자에 비해 증상이 가볍고 질병을 앓는 기간도 더 짧았다. CDC는 지난 3일 의료진, 응급요원 등 필수인력 3975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 효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3975명 중 204명(5.1%)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이 중 미접종자가 156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1차 접종자가 11명, 2차 접종까지 마친 감염자는 5명이었다. 1차 접종 이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감염자 32명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전체 인원 중 3179명은 적어도 1회 이상 접종했고 2686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즉 2차 접종까지 마친 후 감염 발생 비율은 0.0018%였고 1차 접종 후 감염 발생 비율(0.0034%)은 그보다 약 2배 더 높았다. 미접종자 감염 비율은 0.1959%로 약 108배 이상 높았다. CDC는 백신을 1회 접종 받을 경우 감염 예방 효과는 81%, 2회 접종까지 완료할 경우 91% 예방 효과가 있다고 봤다.
백신 접종 시 증상도 경미했다. 백신을 1회분이라도 맞았던 감염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체내 바이러스가 40.2% 적었고, 발열 가능성 역시 58% 감소했다. 질병을 앓는 기간과 입원 기간도 각각 6.4일, 2.3일가량 감소했다.
CDC는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mRNA 코로나19 백신이 효과적이며 대부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백신을 한 차례라도 접종한 이후 감염될 경우 더 가벼운 증상을 짧게 앓고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이점들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델타(인도)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인도에서도 백신의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 최고 의료 기관으로 꼽히는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는 지난 5일 돌파감염을 겪는 환자 63명을 관찰한 결과, 일부는 바이러스 수준이 높고 고열이 일주일간 지속되는 등 증상을 겪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의 비중은 63%였다. 연구진은 “환자들은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나빠지지 않았고 각종 지표도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떤 백신도 바이러스를 100% 예방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백신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백신 및 생물학제품 자문위원 폴 오핏 박사는 “역사적으로 100% 효과가 있었던 백신은 없었다”며 “백신은 심각한 증상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CDC 소속 전염병학자 리처드 테란은 “사람들이 돌파감염에 대해 접하면 ‘백신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예방 접종한 대다수는 코로나19 감염과 심각한 증상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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