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접종 30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망… 첫 백신 부작용 추정

입력 2021-06-17 04:01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을 앓던 30대 남성이 숨졌다. 직접 사인은 뇌출혈이지만 방역 당국은 TTS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첫 백신 부작용 사망 사례로 추정된다. 인과성 확정을 위해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6일 “국내 두 번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자가 오늘 오후 2시10분쯤 사망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등 보상 관련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숨진 A씨는 30대 초반으로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 이달 5일 심한 두통과 구토를 호소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아 약물을 처방받았지만 증상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후 A씨는 지난 8일 찾아간 상급병원에서 TTS 의심 소견을 받았다. 항체 검사 결과 TTS 확진 판정은 숨지기 전날에야 나왔다.

사인은 대뇌정맥동 혈전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파악됐다. 기저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TTS가 대뇌정맥동 혈전증을 유발,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인과성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려면 절차상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확인된 TTS 사례다. 앞서 지난달 31일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B씨가 처음으로 TTS 확진을 받았다. 30대 초반의 남성 B씨는 지난 4월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12일 뒤 심한 두통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입원 치료를 받은 B씨는 호전돼 현재 퇴원한 상태다.

정부는 여전히 국내 TTS 발생률이 해외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럽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100만명당 3~4건 보고됐으나 국내에서는 그보다 낮다. 전날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누적 접종자는 903만명으로 집계됐다. 30대로 연령대를 좁히면 45만8246명이 1차 접종을 받았다.

다만 방역 당국은 이틀 이상 계속되는 심한 두통 등 TTS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곧바로 진료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는 신속한 이상반응 신고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TTS를 제때 진단해 헤파린 대신 항응고제를 투여하는 등 정확하게 치료하면 치사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나상훈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예방접종 이상반응 설명회에서 “정확한 진단법이 공유된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얀센 백신 접종 후 TTS 환자 13명의 치사율은 0%”라고 소개했다. 방역 당국은 A씨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날 0시까지 국내에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5만3773건이었다. 사망은 261건이었으나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중증 3건,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 63건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