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우대’까지, 백신 속도 경쟁… 차별 등 역효과 우려

입력 2021-06-17 00:01
부산진구청 직원이 16일 부산진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2차 접종을 마친 시민에게 ‘안심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의 등장이 예상보다 빠른 접종률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지역 간 접종률을 단순 비교하는 ‘줄 세우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무리한 인센티브가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신 1차 접종자 수는 16일 기준 상반기 목표치인 1300만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0시 기준으로 누적 1차 접종자가 1321만9207명이라고 밝혔다.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25.7%로 나타났다. 홍정익 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최근 매일 70만명 가까운 분들이 접종을 받고 있다”며 “17일엔 14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접종 달성에는 다양한 인센티브의 공이 컸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접종 완료자 일상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유사한 방침을 밝혔다. 경로당을 필두로 한 다중이용시설을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접종자를 상대로 각종 박물관, 문화체육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정책들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지역 간 ‘접종률 줄 세우기’가 지자체들의 경쟁을 유발해 인센티브 남발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의 때마다 지역별 접종률 통계가 공개되다 보니 현장에선 접종 속도에 주안점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한 보건소장 A씨는 “‘우리 지자체가 몇 등이냐’, ‘전국 평균보다 높으냐 낮으냐’ 같은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관내 남아 있는 백신을 최대한 서둘러 접종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를 뽑을 때 접종 여부를 따지겠다는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전북 군산시는 다음 달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때 백신 접종자에게 가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과도하거나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인센티브는 오히려 (반감을 유발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접종 여부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채용 시에 접종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전국적으로 도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인센티브를 추가로 도입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중앙방역대책본부 등과 협의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한편 이날 새로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환자가 보고됐다.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을 접종한 30대 초반의 남성 B씨는 지난 5일 심한 두통과 구토를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방문한 상급병원에서 TTS 의심 소견을 받았으며, 항체검사를 거쳐 15일에 확진을 받았다. B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B씨는 앞서 지난달 31일 발표된 30대 환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보고된 TTS 사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누적 접종자는 이날 기준 903만명으로 집계됐다. 30대로 연령대를 좁히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에서 누적 57만여건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이뤄졌다. 방역 당국은 100만명당 3~4건이 보고된 유럽 등지와 비교할 때 발생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틀 이상 계속되는 심한 두통 등 TTS 의심증상이 발현할 시엔 신속히 진료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