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등 5개 도시 여행중 만난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

입력 2021-06-17 19:02

지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정세랑(37)의 첫 에세이집이다. 게다가 여행기다. 미국 뉴욕, 독일 아헨, 일본 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영국 런던 등 5개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를 담았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정세랑이 쓴 이 문장은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완벽하게 근사한” 설명이다. 하지만 정세랑은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뇌전증을 앓았고, 치료를 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낯설고 피곤한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렇다 해도 여행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정세랑은 친구를 만나러 무리해서 뉴욕에 가고 남자친구의 유학길을 따라 아헨에 가고 영화 예매 이벤트에 당첨돼 런던에도 간다.

작가의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선물이 된다. 사랑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힌트가 가득하다. “나는 어느 도시에서 눈뜨건 무지개 깃발을 흔들 준비가 되어 있다” “여자들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같은 얘기는 정세랑 소설의 메시지를 알려주고, 여러 차례 나오는 “운이 좋았다”라는 고백이나 “아끼는 사람에게 기댄 채. 지나치게 좌절하지는 않으려 노력하면서” 같은 문장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준다.

이번 에세이집에서 정세랑은 결혼 얘기를 공개하며 “굳이 결혼에 대해 쓰는 것은, 얼마 전까지 구글 연관 검색어가 ‘남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던 출판사 일을 그만둔 이유, 장르 작가인 게 좋고 장르 소설을 사랑하지만 장르 문학계에서만 활동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유, 독자들의 요청에도 퀴어 소설을 아직 쓰지 못하는 이유 등도 얘기한다.

정세랑의 에세이는 그가 매우 반듯한 사람임을 알려준다. 정치적 올바름에 굉장히 민감하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순하고 따뜻하다는 것도 확인시켜 준다.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이 쉬워진 세상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분명 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 책을 먼저 읽어본 독자의 평가 중 눈에 확 띄는 게 있다. “어쨌든 정세랑의 첫 에세이를 읽어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정세랑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은 20만부가 팔렸고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됐다. 지난해 6월에 나온 ‘시선으로부터’는 벌써 10만부를 돌파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