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완전 자율 크루즈, 운하 10㎞ 달렸다

입력 2021-06-17 04:05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가 국내 최초로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아비커스가 16일 경북 포항운하 일원에서 ‘선박 자율운항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조선업 패러다임이 ‘친환경’과 ‘스마트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전 세계 조선사들의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조선 3사도 자율운항선박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는 16일 국내 최초로 선박을 완전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경북 포항운하 일원에선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하는 ‘선박 자율운항 시연회’가 진행됐다. 크루즈선에는 아비커스 관계자 일부가 탑승했고, 총 길이 10㎞의 포항운하를 40여분간 운항했다.


선박에는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한 뒤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하이나스(HiNAS)’와 선박 이·접안 지원 시스템인 ‘하이바스(HiBAS)’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토대로 선박의 출항부터 운항, 귀항 그리고 접안까지 완전한 자율운항을 선보였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정의한 자율운항선박 등급으로는 레벨4에 해당한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선박 실증시험에 성공했던 팔코(Falco)호는 승객 80여명을 태우고 레벨3 수준으로 2.4㎞를 자율운항했다. 팔코호는 핀란드 국영선사인 핀페리와 노르웨이 콩스버그에 인수된 롤스로이스 마린이 함께 개발했다. 아울러 노르웨이에서는 세계 최초 무인전기 컨테이너선인 ‘야라 버클랜드’가 첫 운항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유럽 국가들이 자율운항선박 기술에서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약 236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조선업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조선사들도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관련 기술을 향후 여객선과 화물선 등 모든 선박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선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상선의 대양 횡단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목포해양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9200t급 대형선박의 원격 자율운항 기술 실증을 진행키로 했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기술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실증이 성공하면 삼성중공업은 대형선박 원격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한 세계 첫 조선사가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손잡고 스마트선박-항만, 자율운항선박-항만 연구를 3년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날 선박에 대한 사이버보안 필요성이 급증함에 따라 사이버보안 강소기업인 디에스랩컴퍼니와 선박 사이버보안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스마트 해운물류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입해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개발키로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