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 신학이 받아온 오해를 해명하는 책이다. 칼뱅 신학에 나타나는 선물 개념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 신자의 삶에서 펼쳐져야 할 신앙의 적극적인 표지가 약화된다는 게 오해의 요지다. 예정론으로 대표되는 하나님의 주권 교리와 의의 전가, 원죄의 강조 역시 신앙의 수동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오해됐다. 저자는 칼뱅의 ‘그리스도 안에 참여함의 신학’을 여러모로 조명하며 이러한 오해에 적극 대응한다.
1장에선 다양한 신학자의 선물 담론에서 제기된 칼뱅 신학의 여러 논쟁거리를 소개한다. 2장에선 칼뱅의 참여 교리가 교부 및 중세 신학과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다루며 3장에선 이 참여 교리가 칼뱅의 저작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기독교 강요의 다양한 판본과 주석을 통해 살펴본다. 4, 5장은 칼뱅 신학의 중요한 교리인 이중 은혜와 전가, 입양과 기도, 성례전과 율법을 선물과 참여의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6장은 책의 서두에서 제기된 반론에 대해 답하고 칼뱅의 참여 신학에 대한 의미와 전망을 제시한다.
신학 논문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지만 낯선 신학자와 철학적 용어가 다수 등장하는 1~2장만 잘 넘어가면 3장부터는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4~5장의 내용이 은혜롭다. 여기서 소개하는 모든 교리의 핵심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다. 이 연합으로 신자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성령으로 활성화된 적극적인 존재가 된다.
저자는 기독교 강요를 인용하며 “성령의 고무(격려)가 우리 자신의 노력을 저해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도를 구성하도록 우리에게 힘을 준다”고 말한다. 성례전은 칼뱅 참여 신학의 실체적 절정이다. 칼뱅은 성찬을 “하늘로 들어 올려져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는다”고 표현한다. 하나님의 선물로 바라보는 율법의 의미 역시 아름답게 표현한다. “율법이란 인간을 하나님과 연합시킬 의도로 하나님이 인류에게 적응하신 것이다.”
기독교의 구원을 대표하는 ‘이신칭의’ 교리를 잘못 이해하면 믿음과 행위를 이분화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최근 이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선물과 양심에 관한 연구, 공공신학에 관한 관심, 1세기 기독교 연구 등은 신자의 도덕적 삶과 사회적 책임이 참된 믿음을 증명하는 선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예정론과 같은 어느 하나의 특정 교리로 칼뱅 신학을 오해했다면 이 책으로 그 오해가 사라지길 희망한다. 그리스도 안에 참여한 신자의 삶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그것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지 책을 보며 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