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인 사업장 인력 부족률 300인 넘는 업체보다 배 높아

입력 2021-06-17 04:02

다음 달부터 5~49인 사업장에 도입되는 주52시간 근무제의 걸림돌 중 하나로 ‘인력난’이 꼽힌다. 기존보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업무 성과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형 사업장과 달리 소규모 사업장은 만성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 납기일까지 약속된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제조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연착륙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고용노동부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은 필요 인력의 1.9%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종별로 편차가 있는 편인데 제조업의 경우 인력 부족률이 2.1%로 평균보다 높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률이 높은 편이다. 가장 먼저 주52시간제가 도입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인력 부족률은 1.1%에 불과하다. 반면 10~29인 규모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2.0%로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배가량 더 높다.

제조업은 편차가 더 크다. 30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0.4% 수준이지만 10~29인 규모 사업장은 3.1%에 달한다. 대형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인력난이 7배 이상 심각하다고 해석 가능하다.

제조업의 특성상 계약에 부합하는 물량을 한정된 시간 내에 생산해야 한다는 게 주52시간제 도입의 난제다. 상식적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인력을 더 투입해야 일정에 무리가 없지만 현재로서도 필수 인원이 부족하다. 주52시간제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29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내년까지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를 통해 주당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대안도 한시적인 ‘땜방 조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본질적 해결책은 대·중소기업 격차(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사업장 규모, 업무 특성에 따라 근로자 건강권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유연하게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