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4000만명 품은 저소득국가들 세계 백신 공급량 중 3% 보유 그쳐”

입력 2021-06-17 03:01
게티이미지

저소득 국가에 몰려 있는 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의 확보 단계부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국제월드비전(총재 앤드루 몰리)은 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진단과 치료에 있어 난민 등 취약계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백신의 공평한 접근성을 촉구했다.

국제월드비전은 16일 ‘높은 위험, 낮은 우선순위:난민과 국내실향민(IDP·Internally Displaced Persons)에게 코로나19 백신이 필수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파괴적 영향력과 백신 및 보건 서비스 접근의 제약으로 인한 난민들의 어려움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요르단 터키 베네수엘라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등 8개국의 난민 및 국내실향민 339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국제월드비전은 “난민과 국내실향민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높은 위험에 놓였지만,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또 “고소득 국가가 전체 백신의 84%를 보유한 반면, 난민 4000만명 이상을 수용한 저소득 국가들은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3%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914명 중 단 한 명만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응답자의 68%는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난민 수용국의 40%는 난민에 대한 백신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취약가정과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2차 영향력에도 주목했다. 응답자의 73%는 지난 1년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40%는 실직을 경험하고 77%는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계 수단과 소득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자녀의 조혼을 강행한 가정도 있었다. 우간다는 응답자의 50%, 콩고민주공화국 33%, 요르단 16%가 어린 자녀를 결혼시켰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이전보다 취약 환경에 놓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비율도 증가했다. 우간다에서는 여성 및 여아를 대상으로 한 폭력 발생률이 38%, 콩고민주공화국은 아동 폭력 발생률이 15%나 증가했다. 특히 난민 아동의 경우 열악한 주거환경과 보호자 부재 등으로 인해 폭력 방임 학대 등에 더욱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내년까지 전 세계에 10억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기부를 약속했다. 국제월드비전은 해당 국가들이 약속을 지키고 특히 난민 등 취약계층에 백신 제공이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앤드루 몰리 총재는 “오늘날 전 세계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보다 더 많은 난민이 있으며 그중 절반은 어린이”라면서 “세계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