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국가에 몰려 있는 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의 확보 단계부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국제월드비전(총재 앤드루 몰리)은 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진단과 치료에 있어 난민 등 취약계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백신의 공평한 접근성을 촉구했다.
국제월드비전은 16일 ‘높은 위험, 낮은 우선순위:난민과 국내실향민(IDP·Internally Displaced Persons)에게 코로나19 백신이 필수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파괴적 영향력과 백신 및 보건 서비스 접근의 제약으로 인한 난민들의 어려움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요르단 터키 베네수엘라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등 8개국의 난민 및 국내실향민 339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국제월드비전은 “난민과 국내실향민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높은 위험에 놓였지만,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또 “고소득 국가가 전체 백신의 84%를 보유한 반면, 난민 4000만명 이상을 수용한 저소득 국가들은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3%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914명 중 단 한 명만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응답자의 68%는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난민 수용국의 40%는 난민에 대한 백신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취약가정과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2차 영향력에도 주목했다. 응답자의 73%는 지난 1년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40%는 실직을 경험하고 77%는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계 수단과 소득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자녀의 조혼을 강행한 가정도 있었다. 우간다는 응답자의 50%, 콩고민주공화국 33%, 요르단 16%가 어린 자녀를 결혼시켰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이전보다 취약 환경에 놓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비율도 증가했다. 우간다에서는 여성 및 여아를 대상으로 한 폭력 발생률이 38%, 콩고민주공화국은 아동 폭력 발생률이 15%나 증가했다. 특히 난민 아동의 경우 열악한 주거환경과 보호자 부재 등으로 인해 폭력 방임 학대 등에 더욱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내년까지 전 세계에 10억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기부를 약속했다. 국제월드비전은 해당 국가들이 약속을 지키고 특히 난민 등 취약계층에 백신 제공이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앤드루 몰리 총재는 “오늘날 전 세계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보다 더 많은 난민이 있으며 그중 절반은 어린이”라면서 “세계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