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주·이낙연 선방·정세균 고전… 여 대권지형 ‘꿈틀’

입력 2021-06-17 04:03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6명을 가리는 예비경선(컷오프)이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초에 치러진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하며 여의도에 복귀한 지 꼭 두 달째인 16일 ‘1강 2중’ 구도는 ‘1강 1중 다약(多弱)’ 구도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 전 총리가 초반 ‘빅3’로 묶였지만, 정 전 총리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에게 밀리면서다.

지지율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대권 주자들을 중간점검해보면 이 지사의 독주체제 속 이 전 대표가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그림이다. 정 전 총리의 고전 속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군소후보들이 의외로 약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6일 “색깔이 확실한 박 의원과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며 “(박 의원과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 이들의 지지층이 어디로 결합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 재판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한 지난해 9월 처음으로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 전 대표를 제쳤다. (한국갤럽 기준)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30%대 지지율 돌파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지사는 10개월째 2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직후 40%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반등이 쉽지 않아 보였던 이 전 대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인다. 최근 3일 동안 진행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0~1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왔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조직 다지기와 정책 비전 제시에 주력해왔던 것이 지지율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은 초선부터 다선 중진 의원 등 다양하다.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달 초 처음으로 ‘마의 5%’ 벽을 넘어섰던 정 전 총리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소장파 재선 의원인 박 의원에게도 밀리면서 ‘빅3’ 명성이 무색해졌다. 곧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진 추 전 장관에게 3위 자리를 내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를 유의 깊게 보고 있지만 당장 지지율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코로나방역을 진두지휘했던 관리 능력, 또 ‘경제통’으로서의 면모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2위 싸움이 주목 대상이었지만, 대선주자 간 지형이 ‘다약(多弱)’ 구도로 변화하면서 3위 싸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13일 동안 진행된 3건의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이 두 차례, 추 전 장관이 한 차례 3위를 기록했다.

‘1강’ 이 지사를 제외한 다수 주자가 경선연기론이나 기본소득, 개헌 등 이슈에 공통된 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상의 반(反)이재명 전선이 구축된 상황이다. 이 지사는 15일 경선연기에 대해 “약장수가 가짜 약을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극렬 반발했다. 이 전 대표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만찬 회동을 했고, 정 전 총리는 이광재 의원과 경기단체장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