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국 G7 정상회의와 오스트리아, 스페인 방문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성과도 없지 않았다. 특히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은 G7 국가들과 견줄 정도로 우리나라 위상이 올라갔다는 국제적 인증이어서 국민적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정부와 청와대도 연일 문 대통령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영국 G7 정상회의에 우리나라와 함께 초청된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3개국이 영연방 국가인 점을 들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 초청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실상부한 G8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자화자찬이다. 과장이 섞였지만 국정홍보 책임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정부가 SNS에 올린 각국 정상들의 G7 정상회의 기념사진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사진을 삭제한 경우가 그렇다. 문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려고 편집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왜곡이다. 또한 남아공 정부와 국민에 대한 심각한 결례다.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는 정부 해명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런 식으로 사진을 편집하지 않는다.
청와대의 헛발질도 도긴개긴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소식을 SNS로 전하면서 엉뚱하게 독일 국기를 올렸다. 이번 역시 ‘실수’라는 판박이 해명이 뒤따랐다. 실수 주체가 담당자에서 야근자로만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나라가 개최한 P4G 정상회의에서 서울 대신 평양 영상을 사용해 비난받은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그런 홍역을 치르고도 도대체 개전의 정이 안 보인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대통령 임기말이라 그런가 공직기강이 너무 해이해졌다.
[사설] G7 사진 ‘분식’에 방문국 국기까지 잘못 올리다니
입력 2021-06-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