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ICPS·In Car Payment System)’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주유소나 주차장 요금을 차 안에서 결제하던 기존 ‘카페이’는 점점 더 서비스를 확장해 편의점, 카페에도 손을 뻗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2022년형 소형 SUV XM3에 처음으로 카페이를 탑재했다. 모빌리티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인 ‘오윈’과 협업을 한 것인데, 주유소나 주차장뿐만 아니라 편의점, 카페에서도 차량 내 결제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눈에 띄는 기능은 식음료를 차 안에서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XM3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오윈 애플리케이션(앱)을 누르고 가맹 편의점의 제품을 고르면 편의점 직원이 직접 차로 음료 등을 전달해주는 식이다. 이는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맹점 수를 확장하는 게 관건인데 다음 달부터는 전국 1000여개 CU편의점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주유소의 경우 전국 380개 GS칼텍스에서 카페이 이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강화된 차량 편의 기능은 젊은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모빌리티 스타트업 오윈도 협업으로 플랫폼에 더 많은 가맹점을 추가할 수 있는 ‘윈윈(Win-win)’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카드, 현대오토에버와 협업해 지난해부터 신차에 카페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SK주유소나 가맹 주차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서비스 범위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에는 카페이가 탑재돼 전기차 충전소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해외에서도 카페이 도입은 활발하다. 포르쉐는 지난달부터 호주 현지에서 주차 솔루션 공급 업체인 유비파크와 협업해 카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르쉐 파크’ 앱을 통해 주차장 위치부터 실시간 비용 확인, 결제까지 차 안에서 가능하다.
포드는 차를 ‘쇼핑카트’로 변신시킬 특허를 지난달 출원했다. 차량 전면부 카메라가 인근 도로의 광고판을 감지하면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제품 상세 정보를 띄우는 것이다. 운전자가 차 안에서도 홈쇼핑하듯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업계의 이런 움직임에는 ‘빅블러 현상’(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한다. 단순 운송수단 생산 업체가 아닌 일상생활을 포괄하는 모빌리티 업계로 거듭나려면 다양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지닌 산업과 융합을 꾀해야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5년까지 차량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 규모는 총 173억 달러(19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자사의 카페이 결제 시스템을 완성차에 심어두기 위해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