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쿠팡이츠 따라하는 1위 배민… 요동치는 배달의 시장

입력 2021-06-19 04:07

1년 만에 배달의민족에 맞붙는 경쟁자가 요기요에서 쿠팡이츠로 바뀌었다. 11년간 압도적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민은 최근 단건배달을 시작했다. 업계 1위가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를 뒤따라가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티몬과 신한은행도 배달앱 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민은 지난 8일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One)’을 선보였다.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 부업 커넥트가 1건의 주문을 곧바로 고객에게 배달하게 된다. 기존에는 주문만 중개하고 실제 배달은 업주나 외부 대행업체가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이는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2016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민다움’이란 책을 통해 “배민의 궁극적인 경쟁사는 바로 저희 자신이다. 경쟁자를 의식하면 경쟁자와 비슷해진다”며 “공성전은 수비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쿠팡이츠는 배민에 위협적인 경쟁사가 아니었다. 지난해 요기요 운용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인수하겠다고 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2위인 요기요를 매각하도록 했다. 배민과 요기요 합병 시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0%대에 달해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당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5% 미만에 불과해 시장 경쟁 압력이 미미하고,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단건배달 모델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의 판단이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쿠팡이츠가 2위 요기요를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쿠팡이츠 월 사용자수는 196만689명에서 354만776명으로 배가량 증가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 정보량 점유율은 배민 65.99%, 요기요 17.86%. 쿠팡이츠 13.56%. 위메프 오 0.91%. 배달통 0.72%다. 지난해 3월과 비교했을 때 배민 2.97% 포인트, 요기요 6.42% 포인트, 배달통 2.78% 포인트 감소한 반면 쿠팡이츠는 10.76% 포인트, 위메프 오는 0.46% 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최초 배달앱으로 10여년간 3위를 유지해 오다 5위로 추락한 배달통은 오는 24일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배달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진입도 활발하다. 티몬은 지난 4월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현재 기획·운영 담당자를 채용하고 있다. 쿠팡과 위메프에 이어 티몬까지 진출하면서 이커머스 3사가 배달앱 시장에서도 맞붙게 됐다.

이종업종의 진출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40억원을 투자해 연내 음식주문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미 음식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의 모회사 인성데이타와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산업 간 융복합이 가속화되며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금융회사들도 자사 금융플랫폼에 생활밀착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위메프 오가 막차’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1위 배민조차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모델을 뒤따라가며 출혈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거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신한은행이 어떤 모델을 가지고 나올지 궁금하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프 오는 ‘공정배달’을 차별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업계 최저인 중개수수료 5% 정률제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주당 서버비 8000원만 부과하는 ‘중개수수료 제로’ 정책을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지난해 7월 닐슨코리아클릭 기준 월 사용자수 50만명을 달성하며 배달통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위메프 오 관계자는 “위메프 오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른 배달앱과 완전히 다르다”며 “착한수수료·마케팅 지원 등 외식업 사장님들에게 올인하는 여러 정책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장기적으로 함께 윈윈(win-win)해 나가는 공정배달앱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위 업체인 요기요 매각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그룹이나 홈플러스 운영사 MBK 파트너스가 요기요를 인수하면 음식 배달 서비스를 포괄하는 ‘유통 슈퍼앱(Super app)’이 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슈퍼앱은 여러 서비스를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한곳에서 모아 쓸 수 있는 앱을 말한다. 요기요 매각 시한은 오는 8월 3일로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면 6개월 연장될 수 있다. 요기요 매각이 완료되면 그동안 주춤했던 사업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