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시냇가 하늘숲 녹색교회

입력 2021-06-18 16:58

지난해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일상을 멈추게 했습니다. 비행기가 날지 않고 자동차가 달리지 않고 공장이 돌아가지 않았죠. 그러자 맑고 푸른 하늘이 되살아납니다. 인도 북부에서 160㎞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또렷이 보이고 중국 대륙과 한반도 상공이 투명해진 위성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멈추니까 자연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자 미세먼지가 다시 하늘을 가립니다. 많은 이들이 ‘집콕’ 하며 배달음식을 먹다 보니 일회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갑니다. 바다 온도가 상승하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폭염 혹한 가뭄 태풍 홍수 산불 같은 기후재난이 빈번해집니다. 제주도 특산품이던 감귤이 강원도 해안에서 자라나고 단풍잎 지던 자리를 아열대 식물이 차지합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도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착취가 자초한 결과 아닌가요.

에너지 과용 오용 남용, 무자비한 착취와 무분별한 개발과 무책임한 낭비로 대지는 사막화되고 대기는 온난화됩니다. 하늘은 구겨지고 바다는 높아지고 강물은 흐려지고 숲은 사라집니다. 심각한 이상기후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 동안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됩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이, 하나님 손길이 새겨진 소중한 피조물들이 태곳적 생명력을 빼앗긴 채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본문 로마서 8장 22절은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고 말합니다. 너무 오래 우리는 피조물의 탄식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창조세계 돌보미로 지음 받은 우리가 너무 오래 동료 생명체들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욕심에 눈이 멀어 파괴되는 지구를 보지 못했고, 욕망에 귀가 막혀 질식당하는 생태계 아우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난 15개월 동안 코로나 광야를 지나오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삶의 목적과 신앙의 본질을 성찰하게 되었고 탐욕에 이끌려 허공 속으로 질주하던 우리네 일그러진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지구 생명공동체의 현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목회 중점이 무엇일까요. 영성목회 돌봄목회 마을목회 온라인목회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키워드가 친환경목회입니다. 이제는 친환경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지구촌 마을에 하나님 생명의 빛을 비추는 녹색교회로 일어서야 합니다.

왜 녹색일까요. 빛의 스펙트럼에서 녹색이 가운데 위치합니다. 파란색이나 빨간색보다 명도와 채도가 낮기에 녹색은 눈의 피로감을 줄여 줍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면서 눈이 많이 피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색교회도 홍색교회도 말고 녹색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 눈에 평안함을 주고 그들의 마음에 신뢰감을 주어야 합니다. 녹색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그린 크리스천, 녹색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린 처치, 녹색 교회가 되어 생명지킴이 생명살림이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창조질서 회복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각성, 생태적 회개가 요청됩니다. 인간 중심에서 창조주 하나님 중심으로 전향하고 무한 성장화를 버리고 생태적 영성으로 재무장해야 합니다. 성령으로 충만하여 세상 욕망에 찌든 옛 자아를 버리고 생명의 영이 이끄는 새 마음 새 삶으로 변화 받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주현신 과천교회 목사

◇과천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으로 시냇가 하늘숲 녹색교회를 지향합니다. 주현신 목사는 서울대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호주 멜번신학대학(MCD)에서 수학하고 2010년부터 과천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