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NO 이가봇! YES 임마누엘!

입력 2021-06-18 03:08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오늘 본문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사라진 것, 곧 ‘이가봇(Ichabod)’이 최고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가봇’은 ‘영광이 떠났다’(The glory has departed from Israel)는 뜻입니다. 원어를 풀어보면 ‘어디에’라는 의문사 ‘이’와 ‘영광’이란 뜻의 ‘카보드’가 결합한 것입니다. 직역하면 ‘영광이 어디 있느냐’라는 뜻이고 의역하면, ‘영광이 없다’는 말입니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참패는 최전방 군인뿐 아니라, 후방에서 초조하게 승리의 소식을 기다리는 엘리 제사장 집안에도 비극이 되었습니다. 제사장 가문에 비극의 연속극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군사 4000명의 죽음에 이어 하나님의 법궤를 미신처럼 이용한 두 번째 전쟁에서 3만이 전사하고, 그 전쟁에서 엘리 제사장의 망나니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죽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엘리 제사장 자신도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지는 비극적 죽음이 맞이하고, 마지막으로 조산으로 ‘이가봇’을 낳은 엘리 제사장의 며느리도 죽게 됩니다.

제사장 가문에 손자가 태어났으니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갓난아이, 이가봇의 처지에서 보면 비극의 탄생이고 비극의 연속입니다. 그가 태어나기 며칠 전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죽고 이어 할아버지가 죽습니다. 그리고 홀로 남은 어머니마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좋은 이름과 은혜로운 이름을 뒤로 한 채, 엘리 제사장의 며느리는 아들의 이름을 ‘이가봇’으로 지어 주었습니다.

이 모든 비극은 법궤 사건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법궤는 하나님 임재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스라엘 영토에 있지 않다는 것은 주님의 ‘영광’이 이스라엘을 떠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없는 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임할 수 없으며, 하나님은 영광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에 영광이 있고, 하나님의 임재가 없는 곳에 패배와 실패가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비참한 상황은 하나님이 우리 안에 함께 계시지 않을 때 옵니다. 하나님 없는 성공, 하나님 없는 행복은 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공이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하나님 없는 성공은 성공이 아니라 인생 최대의 실패입니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 삶의 현장에, 모든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겁니다. 임마누엘의 은혜를 누리는 겁니다. 이가봇의 성공보다는 임마누엘의 실패가 좋은 겁니다. 하나님 없는 성공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실패의 자리가 더 좋습니다. 가정 직장 교회 나라 민족 가운데, 그리고 예배와 기도, 삶의 모든 자리에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삶의 자리가 하나님의 임재로 빛나고 있습니까. 비극을 깨고 희극의 삶을 살기 위해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십니까. 내 삶의 모든 현장은 이가봇입니까. 임마누엘입니까.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이가봇의 비극을 임마누엘의 축복으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천세봉 고양 능곡중앙교회 목사

◇천세봉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과 아세아연합신학대 신학대학원에서 역사와 신학을 공부하고, 화평교회, 싱가포르 나눔과섬김의교회, 서대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겼습니다. 지금은 CAL-NET 경기지역 총무로 섬기면서 ‘더 하영이행’(More, 하나님께 영광을, 이웃에게 행복을)을 표어로 삼고, 성도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능곡중앙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