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달 말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권의 대선 시계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의 시간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시간표가 상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을 강조하는 이 대표와 대척점에 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국민의힘도 국민의 뜻에 부합해서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 정당으로 변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도 자유민주주의와 상식, 공정이라는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늦지 않은 시간에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 관련 ‘택시론’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이나 우리 입장과는 무관하다. 택시로 직행한다는 말 자체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택시론’은 윤 전 총장의 서울 연희동 골목상권 방문에 동행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에 대해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로 목적지에 직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반박하며 제기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의 이런 입장은 전날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며 거리를 둔 것보다는 국민의힘 입당 쪽에 무게가 실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밀당’을 넘어 ‘신경전’으로까지 비치자 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행’을 끝내고 본격 정치행보를 시작하면서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의 구심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야권 주자 지지율 부동의 1위인 윤 전 총장과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국민의힘 모두 지지율이 동반 상승 추세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향해 8월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입당을 압박하는 것도 당의 기반이 공고해졌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지지율 1위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어떤 주자든 정치 입문 선언이라든지 보조를 맞춰가는 과정을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노원구 자택 인근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선 관리자 입장에서 많은 주자들이 빠른 시점에 함께 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한 사실도 대변인을 통해 공개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김대중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도서관장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와 만나 “수난 속에서도 용서와 화해를,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정신을 높이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썼다.
백상진 이상헌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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