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한 달에 4만원씩 주자는 기본소득 요란한 토론거리 되겠는가”

입력 2021-06-16 04:02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세대 간 자산 격차 해법으로 고소득층을 겨냥한 토지공개념 도입 구상을 밝혔다. 김지훈 기자

대선 공식 출마선언을 앞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당 경쟁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해 “세금 인상을 전제로 한 기본소득이 국민 동의를 얻을지 모르겠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 지사와의 일대일 토론회에 나설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1인당 한 달에 4만원씩 주자는 것이 요란한 토론거리가 되겠는가”라며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작심 비판했다. 야권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숨어다니면서 선문답만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거침없이 날을 세웠다.

능력주의를 강조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에 대해선 “정글(약육강식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동안 신사 이미지를 고수해 왔던 이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앞두고 투사로 변신을 도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돌풍’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변화와 성찰을 해야 한다는 자극과 경고를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충분히 절박한가에 대해선 조금 걱정스럽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당에서 꾸준히 목소리가 나오는 경선연기론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경선 연기 주장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도부가 당에 무엇이 유리한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보다 감동적인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부동산 공급 복안으로 “유휴 국공유지를 우선 활용하고, 장기 미집행공원 부지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대 간 자산 격차 완화 방안으로는 “토지를 중심으로 한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지사가 기존 예산을 조정해 기본소득의 단기재원을 마련하겠다는데.

“뭘 어떤 걸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기존 복지를 축소하자는 뜻인지 그것을 밝혀야 한다. 1인당 한 달에 4만원씩 주기 위해 세금을 더 늘린다거나 기존의 예산을 줄인다고 하면 국민적 동의가 얻어질까 모르겠다.”

-장기재원으로는 탄소세·디지털세·로봇세 도입을 꼽았다.

“탄소세는 애초 탈탄소나 에너지 약자를 위해서 쓰는 돈이지 기본소득 하려고 걷는 세금이 아니다. 디지털세는 구글 같은 다국적기업에 물리는 세금이라 우리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액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로봇세는 아직 이론적 정립도 안 됐다. 예컨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한 자영업자에게는 로봇세를 물려야 되는가. (이런 문제들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이 지사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일대일 토론회에 나설 의사가 있나.

“1인당 한 달에 4만원씩 주자는 것 갖고 그렇게 요란한 토론거리가 되겠는가.”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지금처럼 숨어다니면서 당신에게 유리한 선문답만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 게 당연한 의무다. 국정은 다양한 경험과 감각과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평생 검사만 하신 분이라는 것이 제약이 되지 않을까 한다.”

-능력주의를 강조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청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야당 대표가 과거 책(공정한 경쟁)에 쓰신 내용이 진심이라면 정글로 돌아가자는 거 아니겠는가. 그건 극단주의다. 능력에 맞게 경쟁하자는 말은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경쟁의 기회조차 못 가진 사람들을 그대로 두면 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 흔히 능력주의사회라는 미국도 폐단을 고치려는 노력을 굉장히 강렬하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빈곤층만 지원하는 건 정규직·중산층에 대한 역차별 아닌가.

“빈곤층을 갑자기 중산층으로 키워주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도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그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고소득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더 많이 늘려주는 게 좋은 방법이다. 한 달에 몇 만원 주는 걸로는 고소득층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성장과 일자리를 통해 이런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고소득층과의 자산 격차를 크게 완화하겠다.”

-이준석 돌풍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변화와 성찰을 해야 한다는 강렬한 자극과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충분히 절박한가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스럽다.”

-논란이 거센 경선연기론에 대한 입장은.

“원칙 존중이 대전제지만 당내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 빨리 정리해야 한다. 무엇이 당에 유리한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시기보다 중요한 게 방식이다. 좀 더 감동을 드리는 방식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부동산 공급 복안이 있나.

“유휴 국공유지와 역세권 부지를 활용해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오랫동안 공원 조성을 못 하고 있는 장기미집행공원 부지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대 간 자산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토지를 중심으로 한 부자증세는 불가피하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토지공개념 3법을 통과시키겠다. 여기에 신복지를 통해 저소득층을 받쳐준다면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자증세 외 보편증세 계획은.

“토지 중심의 부자증세가 내가 생각하는 당면한 세금 정책이다. 보편증세를 할 수는 없다. 세대 간 양극화 해소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 정치인생을 걸고서라도 이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구상은.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가 좋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만료일이 비슷한 2032년이 적절한 개헌시기가 될 수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