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불발에 이어 7월 일본 도쿄올림픽 참석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이 다음 달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보도하고, 청와대가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일본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일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면서 임기 말 대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우리 정부가 다음 달 23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방일을 일본 정부에 타진했고, 일본 측도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데 대한 답례로 우리 정부가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가 의향을 일본 정부에 알려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한국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해법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개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보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 왔다. 우리도 올림픽 참가를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일본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간 과거사 갈등과 별개로 정상 간 올림픽 답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답방을 넘어 본격적인 한·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과의 방일 조율을 즉각 부인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 불발 배경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던 양국이 이틀째 이견을 보인 것이다. 일본은 G7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이 G7 기간 중 북한과 중국 문제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선하려 했으나 일본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계속되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냉각된 한·일 관계가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두고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일본이 미국 측에 대북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문 대통령 임기 말 대북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정부와 물밑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군 당국은 15일 올해 첫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실시했다. 군과 해경은 1986년부터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정례적으로 독도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훈련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해상 훈련 및 비접촉 훈련 위주로 실시됐으며, 입도 훈련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해당 훈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으나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에 있어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박세환 조성은 김영선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