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은 '안전한 성곽' '편안한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네 곳곳에 호수와 저수지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사람을 길러냈던 안성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숨어 있다. 여기에 '안성맞춤' 유기와 남사당의 고장으로 유명해 놀이동산 못지않게 신나는 도시다. 눈과 귀가 신명 나고 어깨춤이 절로 나는 안성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먼저 목가적 풍경을 보러 간다. 너른 초지에서 가축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계절마다 호밀과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번갈아 펼쳐지는 대지 약 129만㎡(39만평) 규모의 축산업 체험 테마파크 농협 안성팜랜드다. 안성팜랜드는 1969년 10월 한독낙농시범목장으로 시작됐다. 당시 독일 차관으로 젖소 200마리를 들여와 우유를 생산한 사람은 독일 기술자들이다. 196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간호사 격려차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을 방문한 일이 계기가 됐다. 71년 농협이 운영권을 넘겨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2012년에 ‘안성팜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목장 전체 부지의 절반을 테마파크로 꾸며 일반에 공개하고 방문객들이 축산업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성팜랜드에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드넓은 목초지는 ‘인증샷’ 성지로 불린다. 봄에는 호밀과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동산을 이뤄 마치 외국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밀밭은 초록의 물결이다. 키를 키운 무성한 호밀들이 바람에 맞춰 느린 춤을 춘다. 이른 아침 안개가 피어나는 그 밭 사이 작은 길에 서면 백색소음마저 느껴진다. 넓은 초원 가운데 2011년 드라마 ‘빠담빠담’의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지은 이국적인 농가가 몽환적인 풍경을 더한다.
안성은 호수의 고장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호수가 65개나 있다. 금광호수가 대표적이다. 1965년 9월에 준공된 금광호수는 V자 계곡형 호수다. 금광호수를 끼고 산림이 우거진 도로변을 따라 충북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302번 지방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산과 골짜기와 하늘이 담기는 금광호수는 찰랑이는 물소리와 함께 시(詩)를 만날 수 있는 편안하고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라는 박두진 시인의 ‘하늘’은 금광호수를 염두에 두고 지은 듯하다. 수석정에서 출발해 수변 데크를 따라 걸으며 혜산정과 청록뜰까지 돌아오는 박두진 둘레길은 새소리와 초록이 어우러지며 절로 시상이 떠오르는 길이다.
또 하나의 호수는 고삼저수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다. 1963년 완공된 84만평의 고삼저수지는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릴 만큼 넓다. 물 한가운데 섬들이 떠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용이 나왔다 해서 그것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다는 비석섬, ‘8’자 모양의 팔자섬, 동그랗게 생긴 동그락섬 등 3개의 무인도가 수면을 장식하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교차가 큰 가을이면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안성은 빼어난 미모의 처녀 사당 바우덕이의 예술혼이 피어난 곳이다. 본명은 김암덕(金岩德·1848~1870). 윤치덕이라는 남사당 꼭두쇠가 병든 홀아비로부터 다섯 살배기 바우덕이를 넘겨받아 사당으로 키웠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노래는 물론 외줄타기 등 기예에도 천부적 재능을 발휘했다.
바우덕이가 열다섯 살 때 꼭두쇠 윤치덕이 죽는다. 그리고 바우덕이는 남사당패 역사상 최초로 100여명의 단원을 거느리는 꼭두쇠로 추대받는다. 그녀는 안성장에서 흥겨운 풍물 가락에 맞춰 외줄을 타며 뭇 사내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얼마 후 그녀는 경복궁 복원 공사장에서 대원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부들을 격려하는 풍물놀이판을 벌여 정3품 벼슬아치에게 주는 옥관자(玉貫子)를 하사받았다. 조선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바우덕이는 21세에 폐병에 걸려 23세에 세상을 떠났다.
여행메모
금광호수 드라이브·자전거 하이킹
한우구이·우탕 먹고 남사당 공연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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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안성팜랜드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에서 빠지면 쉽다. 38번 국도를 타고 공도읍을 지나면 안성팜랜드에 닿는다.
금강호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자전거로는 4시간가량 걸린다. 금광호수 주변에는 매운탕과 한정식, 레스토랑과 갤러리카페 등 소문난 음식점이 즐비해 취향대로 다양한 메뉴와 분위기를 고를 수 있다. 식사 외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를 즐기려면 금광리 호숫가의 아늑한 전통찻집이 제격이다.
경기도 최대의 축산 고장답게 안성 고기 맛은 빼놓을 수 없다.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난 한우구이가 별미다. 여기에 곰탕 설렁탕 갈비탕 등 소를 주재료로 끓이는 우탕은 푸짐한 고기와 진한 국물이 일품으로 우시장이 발달한 안성의 대표 음식이다.
보개면 복평리에 위치한 안성맞춤랜드는 안성시민들의 대표 문화 휴양공간이다.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남사당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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