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고발에… 공수처로 다시 간 ‘윤석열 검찰 사건들’

입력 2021-06-16 00:04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5일 오전 우산을 들고 있는 직원과 함께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최근 공수처에는 그동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규정했던 사건들, 여권이 ‘검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던 사건들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규정했던 사건들, 여권이 ‘검찰 개혁 필요성’으로 강조한 사건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재론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사회적 이목이 쏠렸던 사건을 처리한 검사들을 잇따라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공수처가 진영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던 검찰 결정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 고발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과거 울산시장이던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울산지검 전현직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로부터 “김 원내대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단체가 공개한 ‘수리사건 처리결과 통지’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사들에 대한 고발 사실을 아직 분석 중이다. 단체는 검사들에 대해 “정식 입건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세행의 고발은 애초 ‘울산시장 형제 비리 의혹 사건’으로 불린 것으로 검찰이 최근 마무리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의 정당성과도 연결된다. 울산경찰청은 김 원내대표의 동생에 대한 2019년 4월 울산지검의 불기소 처분을 ‘면죄부’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앞서 진행된 울산경찰청의 김 원내대표 측에 대한 수사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 원내대표를 낙선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봤다. 검찰은 최근 법정에서 울산경찰청의 수사를 송철호 울산시장의 청탁과 청와대 하명에 따른 표적 수사로 규정하기도 했다.

공수처에 접수된 사세행의 고발 중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겨냥한 것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등 당시 수사 지휘에 관여한 검사들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다. 단체는 이 검사들이 객관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혐의를 부정하는 핵심 증거를 고의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른바 ‘조국 수사’의 정당성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과정에서 거듭 문제제기됐지만 1심 법원의 판단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1심 법원은 정 교수 측의 ‘검사 공소권 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의 강사휴게실 PC의 전자정보 및 문건들에 대해서는 “무결성이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설령 PC에서 발견된 파일들이 위법수집증거라 하더라도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청구 사유로 거론된 일들도 고발에 따라 공수처가 검토했고, 일부는 사건번호가 부여돼 있다. 이 가운데는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과 무혐의였던 일도 포함됐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에 투영된 사회적 기대감이 자칫하면 지나친 과거지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공수처에 쏟아진 많은 고발이 이미 제기된 의혹의 재생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입건 기준을 명확히 해야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발 각하제도’를 잘 활용해야 무차별적인 고발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가는 “‘정치검찰’ 비판을 낳은 것도 남고소·고발 문제였다”며 “입건은 처장의 전권이며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