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 감독님께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에 걸맞게 잘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4년여 만에 수원 삼성 선수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국가대표 미드필더 권창훈(26)은 단단해 보였다. 말투는 느렸지만 더 진중해졌고, 답변에는 가볍지 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유럽 무대를 거치면서 겪은 성공과 좌절이 인간적으로 더 강하게 만든 듯했다.
권창훈은 15일 구단 메디컬테스트 뒤 수원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유럽에서 K리그로 복귀를 선언한 뒤 수원 소속으로 참석한 첫 공식 회견이다. 이틀 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선발로 뛴 그는 일주일 휴가 뒤 21일 경남 남해의 구단 전지훈련에 합류한다.
권창훈이 K리그에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병역 문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선수가 입대해 군 구단인 김천 상무에 들어가려면 직전 시즌에 K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권창훈은 수원에서 올 시즌을 보낸 뒤 입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도쿄올림픽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면 메달 획득 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는 “아직 미래 거취를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은 수원에 모든 걸 쏟는다는 생각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지난 4년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얘기해주고 싶다. 아직 끝이 아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며서 유럽 재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다른 K리그 팀이 아닌 수원으로 돌아온 건 그간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겠다는 이유다. 국내 복귀를 앞두고 관심을 보인 다른 K리그 구단도 있었지만 그는 고민 없이 수원을 택했다. 그는 “수원은 제 꿈을 이루도록, 발전하도록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 “돌아온다면 이곳으로 돌아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권창훈은 수원 유소년팀 매탄고가 배출한 첫 유럽파 선수다.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성장해 유럽까지 간 사례라 리그 전체에도 의의가 크다. “낯설지 않아 좋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입을 연 그는 “구단에서 환대해줘 책임을 느낀다. 단순히 돌아온 게 아니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가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권창훈이 매탄고 시절 만난 사제 간이다. 박 감독은 예상을 깨고 우승 후보 현대가(家) 두 팀과 리그 우승경쟁 중이다. 권창훈은 “제가 아는 감독님은 경기장에서 카리스마가 넘쳤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데선 의심의 여지 없이 뛰어나셨고 생활에서도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셨다”며 “유럽에서 배운 걸 선수들, 감독님과 잘 얘기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창훈은 성인대표팀 소속으로 지난 13일 종료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뛰었다. 권창훈은 “2차 예선 3경기가 100%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면서 “3차 예선에서 훨씬 어려운 경기가 많다.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후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표팀으로 출전했지만 강호 독일과 멕시코를 제치고 조 1위로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고도 복병 온두라스에 패해 탈락한 기억이 있다. 그는 와일드카드 관련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경기장에서 충분히 어필했다”며 “감독님이 (선발을) 판단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수원=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