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훈이, 스승 박건하 품으로… “모든 걸 쏟겠다”

입력 2021-06-16 04:07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권창훈이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 경기 중 슛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건하) 감독님께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에 걸맞게 잘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4년여 만에 수원 삼성 선수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국가대표 미드필더 권창훈(26)은 단단해 보였다. 말투는 느렸지만 더 진중해졌고, 답변에는 가볍지 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유럽 무대를 거치면서 겪은 성공과 좌절이 인간적으로 더 강하게 만든 듯했다.

권창훈은 15일 구단 메디컬테스트 뒤 수원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유럽에서 K리그로 복귀를 선언한 뒤 수원 소속으로 참석한 첫 공식 회견이다. 이틀 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선발로 뛴 그는 일주일 휴가 뒤 21일 경남 남해의 구단 전지훈련에 합류한다.

권창훈이 K리그에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병역 문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선수가 입대해 군 구단인 김천 상무에 들어가려면 직전 시즌에 K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권창훈은 수원에서 올 시즌을 보낸 뒤 입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도쿄올림픽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면 메달 획득 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는 “아직 미래 거취를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은 수원에 모든 걸 쏟는다는 생각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지난 4년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얘기해주고 싶다. 아직 끝이 아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며서 유럽 재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다른 K리그 팀이 아닌 수원으로 돌아온 건 그간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겠다는 이유다. 국내 복귀를 앞두고 관심을 보인 다른 K리그 구단도 있었지만 그는 고민 없이 수원을 택했다. 그는 “수원은 제 꿈을 이루도록, 발전하도록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 “돌아온다면 이곳으로 돌아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권창훈이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는 모습. 수원 삼성 제공

권창훈은 수원 유소년팀 매탄고가 배출한 첫 유럽파 선수다.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성장해 유럽까지 간 사례라 리그 전체에도 의의가 크다. “낯설지 않아 좋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입을 연 그는 “구단에서 환대해줘 책임을 느낀다. 단순히 돌아온 게 아니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가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권창훈이 매탄고 시절 만난 사제 간이다. 박 감독은 예상을 깨고 우승 후보 현대가(家) 두 팀과 리그 우승경쟁 중이다. 권창훈은 “제가 아는 감독님은 경기장에서 카리스마가 넘쳤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데선 의심의 여지 없이 뛰어나셨고 생활에서도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셨다”며 “유럽에서 배운 걸 선수들, 감독님과 잘 얘기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창훈은 성인대표팀 소속으로 지난 13일 종료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뛰었다. 권창훈은 “2차 예선 3경기가 100%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면서 “3차 예선에서 훨씬 어려운 경기가 많다.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후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표팀으로 출전했지만 강호 독일과 멕시코를 제치고 조 1위로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고도 복병 온두라스에 패해 탈락한 기억이 있다. 그는 와일드카드 관련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경기장에서 충분히 어필했다”며 “감독님이 (선발을) 판단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수원=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