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인 라인 해외지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신중호 라인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네이버의 직장 내 갑질 피해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지만 정식 피해 신고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신 대표는 라인 해외지사장의 괴롭힘을 지적한 기사(국민일보 6월 9일자 2면 참조)가 지난 8일 온라인으로 먼저 보도된 직후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신 대표는 해당 메일에서 “국민일보 기사와 관련해 LINER(라인 직원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말문을 연 뒤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네이버 본사에서 동남아 한 국가로 발령받은 A지사장이 집기류를 던지거나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자 네이버 노조는 해외 조합원에 대한 갑질 피해 파악에 나섰다.
신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법인 전체에서 사내 공식 제보채널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원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유사한 사례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표가 직접 적극적인 해결을 약속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문제가 된 지사장에 대한 인사 조치나 조사 진행 상황은 아직 직원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 노조 측은 “보도 이후 신 대표 메일을 보고 ‘이제는 달라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지만 현재까지 해당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인 측은 “현재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법인에 대한 조사로 시일이 소요되고 있으나 이른 시일 내 조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해외지사 조합원의 피해 사실을 자체적으로 접수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해외에 있고, 현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 국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있어 노조 자체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네이버 직원들의 갑질 피해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피해는 정식 피해 신고 접수로 연결되진 않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노조는 책임리더 B씨의 괴롭힘 끝에 지난달 25일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 사건도 함께 조사 중이지만 사측의 자료 제공 거부로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고인의 근무일지, 고인과 B씨 사이에 오갔던 메신저 대화, B씨를 회사 임원으로 선임한 검증 절차 등의 제출을 요청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쪽에서 노조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사항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경찰 등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는 B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이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