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백신 접종률 증가로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점차 걷히는 듯했으나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로 불리는 ‘델타 변이’의 저항이 거세다. 델타 변이가 강한 전염성을 바탕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각국의 일상 재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다만 백신 2회 접종이 완료된다면 델타 변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델타 변이가 현재까지 세계 74개국에서 확인되면서 ‘우세종’이 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백신 접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62%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지만 최근 7000~8000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등 비상이 걸리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시점이 7월 19일로 연기됐다.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델타 변이를 통제하지 못한 탓이다.
백신 접종을 앞세워 일상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대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신규 확진자의 10%는 델타 변이에 의한 것이며, 2주마다 2배로 늘고 있다”며 “델타 변이가 미국에서 지배적인 종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을로 접어들며 새로운 유행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신규 감염이 다음 달 초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3차 대유행이 발생하는 등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다른 변종에 비해 전염성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델타 변이가 알파(영국) 변이와 비교해 60% 더 전염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시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은 델타 변이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전염력이 강한 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델타 변이는 강력한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발견되는 등 국경 통제나 격리 등 봉쇄 조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델타 변이는 기존 변종보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감염자의 12%가 증상 발현 후 3∼4일 내 상태가 악화돼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전 변종들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다만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할 경우 델타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입원하거나 중증을 겪을 확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차례 모두 접종하면 델타 변이에 높은 보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보건국(PHE)이 최근 델타 변이 감염 사례 1만4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화이자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한 사람은 입원 치료 위험이 96% 낮았다. AZ 백신은 이 위험이 9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회 접종을 완료할 경우 감염 차단 효과도 높았다.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HS)에 따르면 화이자와 AZ 백신을 2회 맞을 경우 델타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각각 79%, 60% 감소했다. 알파 변이 감염 위험이 각각 92%, 73% 감소하는 것에 비해 낮지만 유의미한 예방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PHS의 짐 맥미나닌 국장은 “백신을 2회 모두 맞으라고 독려하면 델타 변이의 위협에 맞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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