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서도 대중 공동전선 구축한 바이든… 푸틴과 마지막 승부

입력 2021-06-16 04:04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을 비롯한 회원국 지도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종반을 향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집결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회담 뒤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한 공동성명을 끌어냈다. 앞서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선 대만과 신장,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긴 핵심 이슈들을 모두 포함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G7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바이든의 외교 승리’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견제 방식에 대한 일부 이견은 노출됐지만,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동맹 갈등을 끝내고 공동전선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 언론들도 대체로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 30개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후 “중국의 야심과 강력히 자기주장을 하는 행동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나토 조약에 명시된 근본적 가치와 대조되는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들을 우려한다”며 국제적 약속을 지키고 우주, 사이버, 해양 분야를 포함하는 국제 체제 내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나토는 “중국의 커지는 국제 영향력과 정책은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해야 하는 도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나토가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태도를 나타낸 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나토의 초점이 중국으로 확대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일전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남이다. 양측은 회담 전부터 신경전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사이버 안보 등 활동과 관련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며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야권 인사) 나발니가 죽는다면 기본적인 인권을 지킬 의사가 거의 없다는 징후이자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NBC 인터뷰에서 “대선 개입이나 사이버 공격 등 온갖 것으로 비난받았지만 (미국은) 한 번도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며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되받았다. 러시아가 국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미국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같은 일을 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푸틴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을 두고도 말싸움이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 대해 “신경 안 쓴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를 웃어넘겼다는 보도에 대해 “나 또한 웃는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