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분류작업 거부” 택배노조 4000명 상경 투쟁

입력 2021-06-16 04:05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에 나선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으로 집회 장비를 옮기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16일까지 진행되는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지난 9일부터 파업 중인 택배노조의 단체행동이 장기화되면서 물류 대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현규 기자

전국택배노조원들이 택배기사 과로사 근절 대책이 담긴 노사정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에 나섰다.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는 문구가 부착된 조끼를 입은 전국의 택배기사 4000여명(경찰 추산 3500명)이 몰렸다. 노조 지회별 이름이 적힌 하얀 깃발을 중심으로 노조원들이 모였고 이들은 “우정사업본부 박살 내자”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한 노조원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할 뿐인데 결과는 과로로 인한 죽음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부터 여의도 포스트타워 점거 농성을 진행하다 이날 오후 여의도공원으로 이동한 이영훈 전국택배노동조합 파주지회장은 “택배기사들은 일용직이나 다름없어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면서도 “현재의 근무환경이 지속되면 더 많은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을 것으로 생각해 생계를 반납하고 집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택배노조가 15일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과 동시에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최현규 기자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품 분류작업을 개별 기사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택배 노사와 정부는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었다. 택배 분류작업의 책임을 택배사가 지고, 작업시간을 제한해 택배기사의 노동강도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 합의안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구체적인 후속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택배노조 반발 장기화의 분수령은 16일까지 진행되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 결과다. 민주노총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2차 사회적 합의 완성을 위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경찰과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해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이 집회를 강행하며 장비를 공원 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성필 기자